[책 속으로] 구의역에서 수신제가를 떠올린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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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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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유광종 지음, 책밭
296쪽, 1만3000원

중국문명연구가 유광종(55)씨는 언론인 시절에 타이베이와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고 홍콩에서 중국 고대 문자학을 연구한 중국통이다. 우리말과 문자에 똬리를 틀고 있는 한자의 뿌리를 캐서 현재 생활 속 언어와 잇는 일에 관심이 많다. 이번에는 지하철역 이름에 숨은 뜻을 파헤쳤다. 무심히 지나쳤던 역명에는 의외로 심오한 고사(故事)가 서리서리 들어앉아있었다. 대부분 한자와 연관된 이야기인지라 역명을 파다보면 저절로 한자를 익히게 되는 덤이 따라온다. 알토란같은 역사지식도 재미가 쏠쏠하다.

『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은 지은이가 2014년에 펴낸 『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에 이어 내놓은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강남역부터 교대역까지 4개 구간으로 나눠 42개 역 이름에 얽힌 유래와 문화를 읽어냈다. 단순한 한자풀이에 그치지 않고 한자의 정신세계와 그 문명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한없이’의 의미를 지닌 아홉 구(九)와 ‘적절하다’는 뜻의 마땅할 의(宜)로 이뤄진 구의(九宜)역에서 뽑아낸 단상은 수신(修身)으로까지 흘러간다. “구의역을 지날 때도 그렇고, 편의점에 갈 때도 그렇다. 나는 이 시대의 상황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77쪽)

한자는 사람 사는 세상의 풍파와 그 다툼의 풍경을 전하면서 제대로 살아가려 애쓴 이들의 고민과 지혜를 품고 있다. 그 자양분을 취하면 우리 생활이 더 윤택해지리라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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