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남시 이재명 시장의 '청년배당'상품권 현금화 깡 도마에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성남시장의 '무상복지 3종세트'가 도마에 올랐다. 상품권으로 지급한 청년배당이 이튿날부터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깡'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전 인터넷 ‘중고나라’ 등 중고사이트에 경기도 성남시가 ‘청년배당’으로 지급한 성남사랑상품권이 정가 12만5000원보다 70~80% 저렴한 가격인 7만~8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하루 만에 현금화(깡) 시도가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성남시는 해당 사이트에 ‘상품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성남사랑상품권 판매 글들을 모두 삭제해 줄 것을 사이트 운영 업체에 요청하기도 했다. 중고사이트 등에 올라온 성남사랑상품권 매매 관련 글들은 22일 오전 모두 삭제된 상태다.

성남시는 21일 오후 ‘청년배당 사업이 호응속에 진행됐다. 이르면 2분기부터 청년배당을 상품사랑상품권과 동일한 기능의 지역 전자카드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치 깡에 대한 대책 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같은 일명 ‘깡’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 전자화폐 등을 이전부터 도입하려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성남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2분기 전자화폐 도입은 이번 중고 매매와 관계없이 사전에 계획했던 것”이라며 “전자화폐 등이 만들어지기 전에만 일시적으로 상품권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위법사항인데다 경기도의 재의 요구 지시까지 불이행하면서 청년배당금을 강행한 데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화폐가 나온 이후 발행하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강행하다 보니 화를 자초한 셈이다.

성남 수정구에 사는 시민 김모(58)씨는 “청년들이 그거(상품권) 받아서 전통시장 가서 장을 보겠느냐”며 “일부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일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유흥비 쓰라고 용돈을 준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성남=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