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개방 70일 "실속 없다" 주민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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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통령 별장이었던 충북 청원군 문의면 대청호반의 청남대가 1일로 개방 70일을 넘겼으나 충북도는 부담을,주민들은 실망을,관람객은 불만을 각각 떨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가 시설보존과 관광명소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가운데 관광경기는 계속 부진하고 일부 주민들은 대통령기념시설 운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어서 청남대 주변에선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충북도는 청와대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아 지난 4월 22일부터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 도는 시설보존을 위해 하루 8백명으로 관람객을 제한, 인터넷으로만 접수하고 있다.

관람료를 5천원(어른 기준)으로 정해 놓고 8월 16일부터 징수할 계획이나 이 돈만으로는 연간 예상운영비 2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도는 이에 따라 관람객수를 하루 1천~1천2백명으로 늘려 적자폭을 5억원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는 대통령별장이라는 상징성 유지가 명소화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개방 후에도 대통령이 연간 1~2차례 이용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부족한 운영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런 방침 아래 도는 7월 16일~8월 15일 1달간 청남대 예약을 비워 놓았으나 청와대에서 가타부타 말이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도는 소유권 이전을 위해 매입대금 약 1백20억원을 정부에 지불해야 하나 재정형편상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 때문에 특별교부금을 정부에 요청해놓고 있으나 전액 지원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기념시설도 논란거리다. 도는 관람객 볼거리를 위해 한국도자기가 기증한 청와대 사용 식기류와 본관 지하실에 보관돼 있던 의자나 운동용구 등을 경비대 숙소 건물 2층에 전시하려 했으나 반대 목소리가 나와 적이 당황하고 있다.청주지역 10개 시민단체와 충주환경련은 지난달 26일과 1일 각각 성명을 내고 청남대 안에 권위주의 상징물이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건도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청남대는 우리 도의 보물"이라며 "운영하는데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충북을 알리는 상징적 관광명소로서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기념관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특정인을 찬양하는 기념관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이 사용하던 것을 볼거리로 내놓으려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청남개 개방에 대한 문의면 주민들 평가는 대체로 냉정하다.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람방식이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즉 관광객들이 예약시간에 맞춰 찾아와 관람이 끝나면 이내 떠나버리기 일쑤여서 셔틀버스 주차장 주변을 제외하면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 즐겨찾던 드라이브족이 줄어든 탓이라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주민들은 특히 상수원보호구역과 수질환경특별대책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어 건축행위 등 각종 규제를 받는 것과 관련, 이를 완화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청원군도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초 환경부에 배 운항허용을 건의했으나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민들 사이에 청남대 운영권을 주민에게 돌려달라는 주장마저 나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청남대의 위탁운영을 겨냥해 회사를 설립한 장원재 ㈜문의 대표는 "경비대 숙소를 연수원으로 운영하면 수익성이 충분하다"며 위탁운영론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권 군의원과 이찬희 문의개발대책추진위원장은 "4~5년 뒤 운영 결과를 보고 난 뒤면 몰라도 당장 주민에게 운영권을 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또 인터넷접수와 현장 매표를 50대 50으로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장에서 표를 살 수 있게 되면 관광객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아무래도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예약방식은 관람객들로부터도 불만의 대상이다. 사전예약이 1~2달 전에 끝나버려 이를 모르고 문의까지 왔다가 허탕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도는 8월 유료개방 때부터 이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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