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막말 콤비 탄생…페일린이 트럼프 선택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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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일린-도널드 트럼프 [사진 중앙포토]

최강의 막말 콤비가 탄생했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막말 여왕'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51)가 19일(현지시간)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페일린은 이날 저녁 트럼프의 아이오와주 유세에 함께 등장해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도록 (트럼프와)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며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이며 이슬람국가(IS) 자식들의 엉덩이를 걷어 찰 최고사령관"이라고 말했다.

2008년 존 맥케인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던 페일린은 거침없는 독설과 막말로 강경 보수파와 보수 서민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 TV토론에서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는 "(자신이 주지사로 있던)알래스카가 푸틴의 러시아와 가까운 곳"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북한은 미국의 동맹"이라 무지를 드러내곤 했다.

개를 밟고 올라선 아들의 사진을 SNS에 올려 비난을 받자 "오바마가 개고기 먹은 건 왜 비난하지 않느냐"며 좌충우돌했다. 또 오바마를 향해 "테러리스트와 통하는 인간"이라 막말을 하기도 했다. 2008년 낙선 이후에는 강경 보수파 세력인 '티파티'의 얼굴로 활동해 왔다.

미 정치권에선 페일린이 2012년 '티파티 지지후보'로 점 찍어 상원의원으로 당선시켰던 테드 크루즈와 트럼프 중 어느 쪽 편을 들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페일린이 트럼프를 택함에 따라 막판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아이오와에서 트럼프가 우세해졌다"고 전망했다. 페일린은 최근 수년 간 아이오와에 기반을 두고 이 지역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아이오와의 '티파티' 세력을 등에 엎고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리려던 크루즈로선 큰 타격이다.

트럼프와 페일린은 일찍이 '찰떡 궁합'으로 소문나 있었다. 2011년 5월 페일린이 독자 대선 출마를 저울질할 때 트럼프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피자 전문점에서 만나 상의했고, 지난해 트럼프 출마 후에는 "그는 뭐로 보나 '아방가르드(시대를 앞서가는)'한 인물"이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각에 발탁하고 싶다"고 하자 페일린은 "내가 알래스카 출신이라 에너지를 좀 안다. 에너지부를 맡고 싶다"고 장단을 맞췄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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