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우수생 저인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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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치 저인망으로 홅어지나가듯했다. 뒷자리는 황량했다. 3백점이상은 서울대로만 몰려들었다.
전국의 3백점이상 고득점자중 88·6%에 해당하는 2천99명이 서울대를 지원했고 2, 3지망이란 장치를 통해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했다.
서울대는 결국 여타대학이 한사람도 붙들기 어려웠더 3백점이상 고득점자들로 전체모집인원의 42·9%를 채웠다.
더구나 1백점만점으로 90점이 넘는 3백10점이상의 초고득점자의 97·4%가 서울대에 입학했고, 2백80점 이상까지도 87·7%가 서울대에 합격했다.
63개 전기대학의 합격선이나 수석합격자의 성적을 보고있노라면 70여만명의 수험생을 성적순으로 세워놓고 서울대에서부터 차례로 잘라간듯한 현상을 읽을수 있다. 현행제도가 적용된이후 해가 갈수록 이같은 고득점자의 서울대 집중도는 더해가고 있다.
24일 합격자가 발표되던날 전자공학과처첨 수험생들이 지나치게 겁을 내고 도망가버린 몇몇학과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서울대는 환한 분위기였다. 2백점을 약간 넘는선에서 끊어야 모집인원을 채울수 있었고, 수석합격자도 3백점을 넘지못해 침통해하던 또다른 「명문」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우수두뇌」는 모두이처럼 서울대로만 가야하는가. 서울대의 교육여건이 여타대학보다 앞섰다고하더라도 1백여개학과가 모두 그밖의 어떤 대학, 어떤 학과보다 앞선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서울대가 입학사정을 모두 끝내고 그다음에 다음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듯 성적에따라 입학생이 차례로 끊어지는 것은 현행 선발제도때문이다.
선시험-후지원 제도에 따라 자신의성적을 알고난 수험생들은 서울대라는 전체적인 「네임밸류」에만 모든 지원기준을 두게됐고 고교의 진학지도도 서울대에 몇명을 합격시켰는냐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학생개인의 걱정은 으히려 뒷전에 밀러나고있다.
그래서 그밖의 대학은 특정학과의 특성을 내세울수 없게됐고, 교수나 학생은 서울대가 갖지못하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갖기 어렵게됐다. 서울대에 들어갈 수 없어서 다닌다는 열등감만을 갖게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마다 각각의 기준을 갖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었던때만해도 요즘처럼 어떤 대학은 이느대학 다음이고 그다음은 어디라는 원시적 평가기준은 없었다. 연대의 경영학, 고대의 법학, 서강대의 인문하, 건국대의 국문학은 국내의 어떤 대학보다 그 학과학생들에게 자부식과 긍지를 안겨줬고 그래서 특징을 살리는 학문의 발전이 가능했다
내년부터는 대학별로 자율적 평가기준을 적용할수 있는 논술고사가 도입된다. 그러나 각대학이 이를 통해 적어도 지금까지 획일적 기준으로 70만 수험생을 차례로 세워 서울대에 못들어간 모든 사람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는 현행제도의 모순을 얼마만큼 완화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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