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직 조만간 사퇴,선대위가 당지도부" "천정배, 정의당과 공개통합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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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선대위가 안정 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다.

문 대표는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원칙과 약속이었다”며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을 이뤘고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으며 인재영입을 통한 큰 물결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못한 것은 통합인데, 통합 물꼬를 틔우기 위해 제가 비켜서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또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 및 정의당과의 통합 협의를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이라며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전폭 신뢰하고 선대위가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하며 총선시기 당의 지도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6년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모두 최선을 다해 달려오셨습니다. 새해에는 국민 한 분 한 분 사는 게 나아지길 기원합니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경제실패와 독주로 국민들의 고통이 컸습니다. 대안이 되어주지 못하는 야당에 실망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제1야당 대표로써 변화하고 승리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3년 만에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입니다. 경제와 민생은 파탄 났고, 민주주의는 백척간두에 있으며, 남북관계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박근혜 경제는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성장 없는 경제, 극심한 불평등으로 한국경제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도 2%대로 떨어졌습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도 사상 최악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박근혜 정권 3년 만에 민주주의도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여당은 타협과 대화를 버리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식물여당이 됐습니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법부로 여깁니다. 협상이 사라졌습니다.

대통령은 온 국민의 압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국정교과서로 친일 독재 미화에 나선 것도 모자라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팔아넘겼습니다. ‘위안부’ 피해자와 국회 동의 없이 최종적, 불가역적 운운하며 역사의 진실을 덮어버리고 일본의 법적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사상 최악의 외교참사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3년의 총체적 안보 무능의 결과입니다. 핵실험 징후를 한 달 전에 알 수 있다고 공언했던 정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 되어가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입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국민은 불안합니다.

국민여러분,

올해 저와 우리당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하나씩 하나씩 제자리에 놓는 ‘대한민국 복원의 해’로 만들겠습니다.

이번 총선은 불평등한 경제 기득권 세력과 불평등을 타파하려는 미래 세력 간의 치열한 한 판 승부입니다. 더 젊고 새로운 당이 되어 총선에서 승리하겠습니다. 무너진 민생의 벽돌, 민주주의의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제자리에 놓아 무너진 대한민국을 복원하겠습니다.

이번 총선은 낡은 경제 세력과 새경제 세력 간의 대결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무능을 심판하고 불평등한 경제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선거입니다. 소득불평등을 갈수록 키우는 낡은 경제냐,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새경제냐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최대 과제는 불평등 해소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계층 간 소득불평등을 바로 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청년의 희망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바꿀 유일한 방법은 이번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것이 시작입니다. 그 힘으로 2017년 정권교체까지 이뤄야 합니다.

새누리당 정권 8년 동안 파괴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 다양한 역사교육을 복원하는 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놓는 일, 모두 우리당의 총선 승리를 통해 시작 될 것입니다.

우리 당은 낡은 이념정치나 지역주의 정치가 아니라 가치와 정책, 그리고 인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기필코 승리할 것입니다.

정치의 기본은 대의명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 대의명분이 사라졌습니다. 최근의 야권분열은 그 어떤 명분도 없습니다.

명분 없는 탈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끝났습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기득권 정치로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지역을 볼모로 하는 구태 정치가 새로운 정치일 수 없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오히려 우리당에서 불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재창당 수준으로 확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습니다.

선대위는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입니다. 선대위는 총선시기 당의 지도부입니다. 선대위가 안정 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게 지금 당에 가장 보탬이 되는 선택이라 믿습니다.

그동안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와 정의당과는 비공식인 협의를 이어왔습니다만 결실을 맺지못했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저는 김종인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새로 구성될 선대위도 역할을 잘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 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최고위의 의견이 모아지면 권한이양의 절차와 시기를 바로 공표할 계획입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입니다. 옳은 길이라면 두려움 없이 헌신하고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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