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에 북 미사일 커넥션 중단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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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정부가 17일 이란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협력 관계를 공개하며 이란에 ‘미사일 커넥션’을 끊으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해 이란이 국제 무대에 복귀한 지 하루만이다. 이는 북한의 동맹국인 이란을 압박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막고 고립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경제 제재 해제 조치 하루 만에
미사일 개발 관여 이란인 제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이란의 기업·개인 11곳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도운 이란인 3명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이란 군수업체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 2명과 이란 군병참방위부(MODAFL)의 간부 1명이다.

 SHIG의 무역 담당 임원인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는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 직원들과 직접 협력해 왔다. 조선광업개발회사는 미국과 유엔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던 업체다.

해외자산통제국은 SHIG가 액체연료 추진탄도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지상 실험에 쓰이는 밸브·전자장비·측정장비를 조선광업개발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 SHIG의 임원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과 MODAFL의 부책임자인 사예드 메흐디파라히는 북한의 80t급 로켓 추진체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외자산통제국은 밝혔다. 두 사람은 직접 평양을 방문해 부품 도입 협상을 주도했다.

 1998년과 2006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때 이란 기술자가 현장에서 참관하며 양국의 미사일 협력 의혹이 불거졌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 미사일 개발에 개입한 이란 업체와 인물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이란을 국제 무대에 복귀시키면서 사실상 북한과의 군사 관계를 단절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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