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금융위·금감원, 가깝고도 먼 ‘두 지붕 한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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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금융위원회 입주건물인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8층엔 금융감독원이 임대료를 내고 빌린 사무실이 있다. 여의도의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금융위 보고를 위해 기다리는 장소다. 시간대가 안 맞으면 1~2시간도 기다린다. 자존심이 상한 금감원 직원들은 “10분 보고를 위해 반나절 시간을 뺏는 건 전형적인 관료주의다. 차라리 화상회의를 하자”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금융위는 “한 시간씩 기다리게 한 적이 없는데 금감원이 부풀린 것”이라며 언짢다는 반응이다. 이는 정책부처인 금융위와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혼연일체’를 외쳐왔다. 그러나 정작 양쪽의 응어리는 여전한 듯하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건 금융위가 여의도에서 태평로로 이사해 ‘두 지붕 한 가족’이 된 2012년부터다. 30분 거리인데도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실감케 됐다. 최근엔 금융위가 만든 ‘금융규제 운영 규정’에 대한 금감원 내부의 반발이 컸다. 가격·상품 출시 등에 있어 금감원의 사전 감독 권한을 줄이는 내용이 골자였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밥그릇’에 손을 댄 셈이다. 물론 금융위도 할 말이 많다. 그간 금융개혁을 가로막은 금감원의 과도한 시장 통제를 합리화하는 차원이라는 논리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금융위원장·금감원장이 나서 19일 ‘금융개혁 혼연일체를 위한 금융위·금감원 간부 합동연찬회’를 열기로 했다. 양측의 간부 연찬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계급장 떼고 밤 늦게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시원하게 소통하길 바란다.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같은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을 해결하려면 어느 때보다 금융위·금감원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자칫 양쪽의 불협화음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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