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벽은 높았다…정현, 호주오픈 1회전 탈락

중앙일보

입력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정현(20·상지대)이 꿈에 그리던 우상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와 맞대결했다. 잘 싸웠지만 최정상의 벽은 높았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51위 정현은 18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 메인코트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와 경기했다. 정현은 관중 1만5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코비치의 노련한 플레이에 열심히 맞섰지만 0-3(3-6, 2-6, 4-6)으로 졌다.

조코비치는 남자 테니스 최강자다. 지난해 4대 메이저대회 중 3개 대회(호주 오픈·윔블던·US 오픈)를 석권했다. 특히나 호주 오픈에 강하다. 올해 정상에 오르면 지난 1967년 로이 에머슨(호주)이 세운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최다 우승(6회)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정현이 조코비치와 경기를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긴장한 정현은 1세트 첫 포인트를 서브에이스로 내줬다. 연달아 조코비치의 강력한 스트로크를 받아내지 못하고 0-1로 첫 게임을 잃었다. 그러나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정현은 점점 몸이 풀리면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잘 지켜내 2-2까지 대등하게 맞섰다.

만만치 않은 정현의 공세에 조코비치는 시속 177㎞였던 서브 속도를 시속 199㎞까지 올려 정현의 기를 죽였다. 어느새 게임 스코어가 2-4까지 벌어졌다. 정현은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조코비치를 많이 뛰게 했다.

지친 조코비치의 범실을 이끌어내 서브게임을 가져와 3-4로 좁혔다. 호주오픈 현지 중계에서는 "베리 굿 영플레이어"라며 정현을 칭찬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더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아 6-3으로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에는 진짜 조코비치의 실력이 나왔다. 정현의 서브게임을 연달아 브레이크했다. 어느새 정현은 0-4로 위기에 몰렸다. 이를 악 문 정현은 자신의 서브로 시작한 다섯번째 게임에서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34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숨을 헉헉 대면서도 마지막 포인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40-40 듀스를 만들었다. 조코비치가 어드밴티지를 얻을 때마다 다시 포인트를 가져왔다.

그렇게 듀스만 8차례. 조코비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결국 정현은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서브로 다섯번째 게임을 가져왔다. 서브를 상대 코트 구석에 예리하게 찔러넣어 조코비치를 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땀을 많이 흘린 정현은 상의 유니폼도 갈아입었지만 조코비치는 타월로 얼굴만 닦을 뿐 지친 기색이 없었다. 2세트도 조코비치가 6-2로 이겼다.

조코비치는 3세트에는 경기 완급을 조절하며 정현을 요리했다. 3-4까지 정현이 쫓아갔지만 결코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8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길고 짧게 공을 자유자재로 넣어 정현의 반격을 차단했다.

정현은 9번째 게임에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4-5로 다시 쫓아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졌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네트 너머에 있는 정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격려했다. 그는 "정현은 오늘 잘했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아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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