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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마포갑, 오세훈 종로 출마 선언…강승규·박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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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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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전 대법관(왼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3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안 전 대법관의 출마 회견에 참석한 강승규 마포갑 당협위원장(오른쪽)은 “마포갑이 험지냐”며 항의하고 있다. 한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같은 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뉴시스]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4층 기자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안 전 대법관은 “오늘, 부산의 어린 중학생이 서울로 전학 올 때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중학생 안대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곳이 마포”라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다는 선언이었다. 안 전 대법관은 마포구 숭문중 출신이다. 마포갑의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노웅래 의원.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의 회견이 채 끝나기도 전에 회견장 입구가 웅성거렸다. 새누리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이 지지자 20여 명과 함께 들이닥쳤다. 양측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전 국무총리 후보자’이자 ‘명망가’로 당이 꼽은 안 전 대법관으로선 꽃다발은커녕 욕설 등 험악한 꼴을 당했다.

강 전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안 후보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험지에 출마하라”며 “마포갑 출마를 강행하려면 (영입자에게 해당되는 국민 100% 여론조사가 아닌) 3 대 7(당원 대 국민) 경선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달라”고 당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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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左), 박진(右)

 #오후 2시, 여의도 당사는 또 한 번 소란스러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안 전 대법관이 섰던 그 회견대에 섰다. 그러곤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정치 재개의사를 밝히면서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며 “이 세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종로”라고 말했다. 종로 말고 다른 곳에 출마해 달라는 주장에 대해선 “험지 출마론보다 더 중요한 건 총선에 어떻게 기여하느냐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의 회견 장면도 구겨졌다. 종로에서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이 지지자 10여 명과 함께 도착했기 때문이다.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에 어깨띠를 맨 박 전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오 전 시장의 결정은 당의 방침과 전략에 역행하는 행위이고, 저와의 소중한 의리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시장이 내겐 ‘강남으로 가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종로에선 박 전 의원 외에 현 당협위원장인 정인봉 전 의원도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새누리당이 위기다. 더 정확히 말해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내세웠다가 우선지역추천제로 물러서더니 ‘명망가’들을 주요 전략 지역에 내보내려 한 험지 출마론까지 모양새를 구겼다.

부산 해운대에 출마하려던 안 전 대법관은 김 대표의 험지 출마 요청을 수용했으나 김 대표가 거론한 중랑이나 도봉 대신 마포갑을 택했다. 오 전 시장도 시간만 허비했을 뿐 당초 출마하려던 종로 출마를 강행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 동안 김 대표가 한 일은 없다. 반면 17일 당사에서 연출된 두 장면에서 보듯 당의 인재라던 명망가들은 상처를 입었고, 당협위원장들은 그들대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원칙도 사라졌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회관(706호)에서 18일 신년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당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 한다. 한 측근은 “당초 생각한 대로 험지 출마 지역과 후보가 정리 안 돼 김 대표도 씁쓸해했다”며 “내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소상히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오후엔 ‘안대희·오세훈 두 출마 예정자의 출마 선언에 부쳐’라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당내에선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한 걸 주워 담기가 힘들어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이제라도 차라리 전략공천을 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조차 “수도권 지역에서는 당이 주도해 유권자에게 통할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일사불란한 체제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유미·현일훈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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