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전 국제회의' 노대통령 기조연설 원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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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을 비롯한 회의 참가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귀빈 여러분,참여정부 경제비전에 대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회의에 참석하신 세계적인 석학 여러분들과 각계 지도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고견을 듣게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조금 전 우리 한국경제의 강점과 문제점에 관해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말씀해주시고, 그 대안을 제시해주신 도날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의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정말 빠짐 없이 하나하나를 다 지적해주신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다행스러운 것은 도날드 존스턴 사무총장께서 제시하신 여러 가지의 대안이 지금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구체적으로 방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안도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리 한국경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조언과 도움을 아끼시지 않으셨던 많은 석학 여러분들께서 오늘도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데 대해 거듭 감사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참여정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국정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경제, 노와 사, 남성과 여성,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참여하고 고루 혜택을 누리는, 정의롭고 풍요로운 경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우리 경제의 주변 여건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북핵문제, 한미관계,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인한 금융위기설 등이 그것입니다. 그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해 온 결과 대체로 큰 불안요인은 아닌 것으로 해결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합니다. 서민경제과 노사관계의 안정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선, 위축된 경기를 회복시켜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것입니다. 재정건전성이 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시장수요를 만들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입니다.

투자 활성화에도 중점을 두겠습니다. 이것은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는 과감히 고쳐나가고, 금융.세제 면에서도 적극 뒷받침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저력이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를 이룩해냈습니다. 5년전 외환위기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으로 극복해낸 것이 우리 국민들의 힘입니다. 지금의 어려움도 틀림없이 잘 극복해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5년, 10년 후의 비전입니다. 바로, 다음 세대에게 선진한국의 기틀을 물려주는 일입니다.

한국 경제는 지난 8년 동안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에 발목이 잡혀 있었습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하루 속히 열어야 합니다. 선진국 문턱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으로 그렇게 할 것이냐, 저는 다섯 가지 성장전략을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첫째는, 기술혁신과 인재의 양성입니다. 시장은 결국 기술에 의해 좌우됩니다. 앞선 기술로 첨단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우리 기술력을 보고 외국인들이 투자를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정부와 기업은 우리의 미래가 기술혁신과 연구개발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R&D 투자는 2001년 130억 달러로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스웨덴, 핀란드,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입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4%씩 R&D 투자를 늘려온 결과입니다.

참여정부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통해서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IT.BT.NT와 같은 첨단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나갈 것입니다.

둘째, 시장개혁입니다. 개혁 방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제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미완의 개혁은 경제적 정체를 장기화했음을 과거 경험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투명성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집단소송제', '사업보고서에 대한 CEO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이미 이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민.관 합동으로 설치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을 세워 개혁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자율적으로 이를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없애고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셋째, 문화혁신입니다.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좌우됩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바뀌어야 시장이 바뀔 수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그리고 '분권과 자율'이 참여정부의 한국경제를 움직여 가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경제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습니다.

한국의 노사문화도 이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원칙과 신뢰', 그리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노사 모두 윈-윈 하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전략을 마련해서 앞으로 1~2년 안에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노동 관련 제도와 관행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근로자의 권리.의무까지 국제적인 기준에 맞추어 나갈 것입니다.

저와 정부는 노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엄정 중립의 입장에서 중재하고 조정해 나갈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행정이 경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 행정으로 경제를 뒷받침하겠습니다.

넷째, 동북아 경제중심으로의 도약입니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경제권을 연결하는 요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습니다. 정보화 기반과 IT 능력은 세계 선두권입니다. 인천국제공항.부산항.광양항과 같은 세계적인 물류인프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을 동북아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학 그리고 외국인까지 참여하는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를 두고 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동북아 역내 협력을 강화하여 이웃나라와 함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개념입니다. 나아가 동북아지역에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관건은 한반도의 평화입니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한 평화체제의 구축은 동북아시대를 여는 첫 걸음입니다.

또한 동북아에 평화와 협력의 질서가 구축될 때 우리의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계획도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 속히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에 함께 동참해야 합니다.

끝으로, 남은 전략은 지방화 전략입니다. 지방을 혁신의 주체, 역동적 발전의 주체로 착실히 육성해 나감으로써 '지방화를 통한 국가의 선진화'를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 재정분권, 新행정수도 건설 등 종합적인 방법으로 접근을 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고기술.고부가가치.고생산성을 추구하는 혁신주도형 지역경제 기반을 정착시킬 것입니다. 올해 중에, 지방 스스로의 발전전략을 고려한 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여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오늘 회의 주제가 '투명하고 세계화된 경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참여정부는 한국경제를 보다 개방되고 세계화된 경제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DDA 협상과 FTA 등 세계적인 개방추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나갈 것입니다. 서비스.농업과 같은 취약분야는 구조조정과 개방을 병행해서 한국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입니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600억 달러가 넘는 외국인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 결과 '포춘誌'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의 45%인 223개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총투자 규모는 182억 달러입니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2010년까지 외국인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준까지 끌어올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외국인의 생활환경과 경영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구분하는 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과 상품, 기술과 정보가 자유롭게 왕래하며, 국내외 기업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나라! 동북아의 물류와 연구개발, 그리고 IT.금융의 허브! 이것이 바로 5년, 10년 후에 한국이 이루고자 하는 청사진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저는 이번 회의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여러 석학들의 새로운 제안을 수렴하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정책 제의는 앞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입니다.

이번 회의를 위해 멀리 해외에서 오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한국 방문이 보람차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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