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카오스” 르몽드가 격찬한 6권짜리 자전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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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로마인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출판사 한길사가 새해 첫 책으로 내놓은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48·사진)의 대작 소설 『나의 투쟁』에 쏠리는 관심이다. 자국을 벗어나면 독서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는 작가였지만 『나의 소설』 한 방으로 ‘만화 같은’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다.

크나우스고르 『나의 투쟁』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태백산맥』 『혼불』,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15권짜리 대작 『로마인 이야기』 등 대형 기획을 잇따라 성공시킨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오랜만에 소설에 손댄 작품이어서 더 흥미롭다.

 『나의 투쟁』 역시 대하소설 사이즈다. 6권, 3600쪽 분량으로 전체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한 노르웨이에서 50만 부가 팔렸다.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17권의 책을 읽는 나라라고 하지만 10명에 한 권꼴로 읽은 엄청난 성적이다.

 이 같은 노르웨이의 열기는 전 유럽, 영미권으로도 번져 전 세계 32개 국에서 번역·출간됐다. 무엇보다 권위 있는 매체들의 리뷰가 양호하다. 미국의 주간 뉴요커는 장문의 호의적인 리뷰에서 “심지어 따분한 장면에서도 흥미롭다”고 썼다. 르몽드 같은 취향 까다로운 프랑스 매체도 “카오스 같다. 매혹적이다”라고 평했다. 노르웨이 최고 권위의 브라게상, 독일의 ‘디 벨트’ 문학상 등을 받아 품질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문제는 독자들의 평가일 텐데 워낙 방대한 분량인 데다 강렬한 스토리로 시선을 빨아들이기보다 서서히 읽는 이를 함락시키는 편이어서 그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렵다. 아버지의 죽음이 주된 소재이긴 하지만 40년에 걸친 작가 자신의 인생을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시콜콜 세밀하게 복원한 작품이라고 한다. 기존 소설 문법과 사뭇 다른 글쓰기인데도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길사는 과거 『로마인 이야기』의 성공 기억을 되살려 공세적인 홍보전을 펴고 있다. 12일 간담회 자리에 책 소개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허은실 작가, 김민웅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에 노르웨이 대사관의 마리안네 담 하누고 참사관까지 불러 책에 대해 덕담하도록 했다. 독자 초청 독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입소문도 유도할 계획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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