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중, 대북정책 효과 없었다” 전화로 왕이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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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한국·중국·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오른쪽)은 7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가운데)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도 왕 부장과 8일 통화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중앙포토]

미국 정부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음이 드러났다며 중국 측에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우리(미국)는 그동안 중국이 원하는 대북 접근법에 동의하고 존중해 왔지만 ‘기존 방식은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을 중국 측에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NYT “북 다루는 법 교체 경고한 것”
화춘잉 “핵, 중국서 비롯된 것 아니다”

 미 정부는 북핵 문제를 방치하다 사태를 키워놓고 이제와 중국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지금까지 한번도 북한(문제)을 방치하고 관심을 두지 않은 적이 단 하루도 없다”(케리 장관)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며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지키면서 모순을 격화하고 긴장 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화 대변인은 대북 접근법 무용론에 대해 “한반도 핵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중국이 ‘매듭’을 만든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리 장관은 중국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면서 ‘지난 60년 동안 후원해 온 북한을 다루는 법을 이제는 뭔가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중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방안’과 관련, “북한 선박의 전 세계 항구 입항 부분 금지를 포함한 무역·금융 제재와 더불어 이란에 취했던 것과 비슷하게 북한 관련 해외계좌 동결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해외자금 거래 금융기관을 확인했으며,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북한 지도부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를 동결했던 것과 마찬가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NYT는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 제재 조치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것’을 꼽지만 중국은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 위협 해결에 평화적 방식으로 힘을 보태는 것은 세계 리더가 되겠다는 열망을 지닌 중국에 중요한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조만간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대북 제재와 관련한 협의를 할 방침이라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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