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박기춘 무소속 의원 1심서 징역 1년 4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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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기춘(59·3선·남양주을)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엄상필)는 8일 박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징역 1년 4월을,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금품으로 받은 안마의자를 몰수하고 유죄로 인정된 현금 2억 6000여만원을 추징금으로 선고했다.

박 의원은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기도 남양주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44)씨로부터 현금과 명품시계·가방·안마의자 등 3억 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수수한 시계를 김씨에게 돌려주고 안마의자는 측근인 정모(50)씨 집으로 옮긴 혐의(증거은닉)도 있다.

재판부는 이날 박 의원의 혐의 중 2억 7000만원의 현금 수수 부분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정했다. 해리윈스턴 등 수천만원대 명품시계 7점과 안마의자를 받은 부분은 이들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품시계가 국회의원 개인의 인격을 높여준다거나 안마의자로 피로를 푸는 것이 정치 활동을 위한 것이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면서 “이것들을 정치자금으로 본다면 적법한 후원금으로 명품시계나 안마의자를 사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마의자를 측근 정씨 집으로 옮겨놓은 행위는 적극적인 증거 은닉에 해당한다며 안마의자를 몰수 조치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한 이유로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후배 의원과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서 지역구 분양대행업자로부터 4년 간 불법 자금을 수수했고, 검찰 수사 개시 이후의 대응과 박 의원의 정치 경력·지위를 볼 때 불법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으로서 개인적인 친분을 내세워 분양대행업자와 이해 관계가 있는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과 골프, 식사를 하면서 동시에 거액의 자금을 받은 점도 불리한 요소”라고 했다. 다만 수사 초기에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점을 참작했다고 한다.

이날 푸른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박 의원은 선고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정치자금을 박 의원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된 분양대행업자 김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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