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재와 억제력 강화하되 유연함은 잃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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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4차 핵실험 감행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국제사회와의 원활한 공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실적으로 대북 확성기 재개 정도를 빼고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수단이 극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소집해 신속한 추가 제재 검토에 들어갔다.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추진이 필요하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대로 유엔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응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다시 사치품 금수 조치나 주요 인사 몇 명의 추가 입국 금지 정도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쿠바식 봉쇄정책이나 이란 제재 때 사용됐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기업에 대한 제재)과 같은 포괄적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명심할 건 물샐틈없는 공조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그간의 대북 제재는 내용만 보면 추상 같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흐지부지돼 왔다. 중국부터 북한에 에너지·식량과 같은 필요 물자를 계속 공급해 대북 제재를 솜방망이로 만들었다. 고급 외제차와 고가 와인 등 사치품마저 제3국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유엔 제재는 무용지물이다.

 억제력 강화도 필요하다. 수소폭탄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이 탄두 소형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 아래선 추가 핵실험에 고무된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막는 길은 우리의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핵잠수함 개발, 미 B-52 장거리 폭격기 등의 추가 배치 등 미국이 제안한 ‘확장억제능력’의 확충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모두 단기처방에 불과하다. 보다 근원적 해결은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핵 해결의 열쇠를 맞잡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은 북핵 해결이 지역 안보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인식 아래 중국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 이전엔 어떤 대화도 있을 수 없다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간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란 그럴듯한 이름 아래 대북 문제를 방치해 왔다. 그 결과는 북한의 끊임없는 핵무기 개발이었다.

 그간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핵 개발이 중단됐었다. 대북 협상이 핵무기 개발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던 셈이다. 선택적 폭격과 같은 군사적 해결 시도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게 뻔하다. 결국 북한이 스스로 달라져 핵무기를 내려놓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국제 공조와 북·미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관리를 위한 우리의 주도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안타깝고 분하더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다. 감정에 지배돼 그릇된 강경론으로 치달아서는 우리의 평화와 생존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