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어제·오늘] 자연 숨쉬는 패션·금융·IT 중심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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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생태공간을 되살리고 주변은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지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가 구상하는 청계천 복원의 청사진이다. 청계천 복원은 6백년 고도(古都)인 서울의 역사·문화·환경을 되살리면서 서울을 동북아 금융 거점이자 국제 관광도시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목적 프로젝트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하천을 따라 8만3천7백여평의 녹지와 수변 공간이 생겨난다.여기에는 2천3백여 그루의 은행나무·벚나무·느티나무가 자라나 청계천∼중랑천∼뚝섬∼한강의 녹지축이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게 된다.이럴 경우 청계천에서 시작되는 동서 생태공간은 남산∼종묘∼북한산을 잇는 남북 녹지축과 만나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십자형 녹지축이 완성된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중구 태평로∼신답철교에 이르는 5.8㎞를 약 2㎞씩 세개의 구간으로 나눠 진행된다.각 구간은 테마별로 다양한 조형물과 조경, 조명시설 등을 갖춘 독특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중구 태평로∼청계4가(1구간·2㎞)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의 문화 중심지’란 테마에 따라 새로 들어설 청계천 10경(景)이 눈길을 끈다.하천을 따라 옛 풍습인 다리밟기와 연등놀이를 본뜬 산책로가 선보이고 청계천 호안 벽면에는 판자집 등 가난했던 시절의 천변 풍경이 새겨진다.수표석·빨래터 등 옛날 냄새가 물씬한 풍경도 다시 볼 수 있다.

시민들이 손쉽게 청계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징검여울·수변 생물 관찰데크도 들어서 도심의 ‘열린 박물관(open museum)’의 구실을 한다.

청계천 주변의 무교동 일대는 대형 오피스 빌딩,첨단 국제회의 시설과 호텔 등이 올라가 국제 금융 및 비즈니스·서비스 산업 지역으로 바뀐다.서울시는 청계천 주변과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여의도를 삼각축으로 잇는 국제금융 중심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운상가 일대는 IT (정보통신) 산업과 멀티미디어, 인쇄·문화산업지구로 특화된다.시는 이곳에 산업별 테크노빌딩과 멀티미디어 연구시설이 들어서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청계4가∼청계8가(2구간·2.1㎞) 는 역사·문화·생활·생태 등 네 개의 테마에 따라 꾸며진다.지역별로 보면 종묘·우시장(역사), 동대문 패션타운·오간수교(문화), 황학동 주변(생활), 영도교 주변(생태) 등이다.또 청계 6가에는 너비 1백m의 다리 위에 패션광장이 들어서고 징검다리·빨래터·자연학습장 등 천변 8경도 조성된다.

이미 대형 의류 상가가 빽빽한 동대문 시장 주변은 첨단 복합 패션타운이 된다.서울시는 이곳에 패션쇼장·패션박물관을 세워 관광 쇼핑 명소로 키우고,업종별 전문타운·물류유통시설·정보네트워크 시설도 건립할 방침이다.

하류인 청계8가∼신답철교(3구간·1.7㎞)에는 마음껏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대형 습지와 생물서식지가 꾸며진다.또 중고품·골동품 거래가 활발한 황학동은 벼룩시장의 규모를 크게 늘리고 그 주변에는 대규모 휴식공원이 선보인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도심 회사원들이 짬짬이 머리를 식힐 수 있도록 청계천 둔치에 폭 1.5∼3m의 산책로를 만든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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