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올해도 1000억 달러 넘을 듯 … 쌓인 돈 투자로 유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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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1월 상품수지가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처음이다. 외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수입액보다 1000억 달러 많았다는 얘기다. 상품수지에 서비스 교역과 배당·이자 거래 등을 더한 경상수지도 지난해 연간 10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흑자 자체는 긍정적이다. 막대한 흑자는 국가신용등급 상승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수출이 줄고 수입은 더 감소한 결과라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불황형 흑자’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상품수지는 1091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79억9000만 달러로 연간 첫 10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이뤄진 모든 수출입거래를 포함한 국제수지상의 상품수출은 지난해 1~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고 수입은 17.9% 감소했다.

 올해도 이런 불황형 흑자 양상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수출과 수입 여건 모두 어렵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연초부터 불안하다. 유가 하락은 자원 수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위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입량을 확 늘릴 만큼 국내 소비가 호조를 보일 조짐도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저유가가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수출입 단가만 낮췄다”며 “올해도 사정이 비슷해 경상수지의 양과 질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연구 기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1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980억 달러)와 한국은행(930억 달러)은 1000억 달러 미만으로 보고 있다. 불황형 흑자의 지속은 우려되지만 규모를 적절히 조절하고 쌓인 흑자를 잘 활용하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흑자 규모가 다소 많은데 적정 수준을 유지하면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에 대한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며 “흑자로 쌓인 돈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소비를 진작시켜 수입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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