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군사 굴기, 어디까지?…무기 수입 1위, 군비 지출 5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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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군사 굴기’가 미국 정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12일 31일 국무부가 공개한 ‘2015 세계 군비지출·무기이전(WMEAT)’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조사 대상인 전세계 170개국 중 무기 수입 1위, 군비 지출 5위, 병력당 군비 지출 8위로 군사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2002∼2012년의 11년간 연평균 군비 지출을 2012년 달러 환율로 환산해서 얻어진 결과다.

일본은 11년간 연평균 무기 수입 액수가 151억 달러(18조원)로 2위인 영국(100억 달러)과 3위인 한국(61억 달러)를 합친 수치에 육박했다. 연평균 군비 지출에서도 일본은 522억 달러로 미국·중국·영국·프랑스 다음이었다. 일본의 군비 지출은 독일(6위)·러시아(7위)보다 많았다.

일본은 병력에서는 23만8000명으로 전세계 24위였지만 병력당 군비 지출에선 연평균 22만 달러로 8위였다. 한국(67만9000명)이 3만7700달러로 51위인 것과 비교하면 적은 병력에 군비는 더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부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군사대국화가 2000년대 이후 상당히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로켓군 창설 등으로 요란한 군사 굴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일본은 군비 투자에 주력하며 내실을 다지는 실질적 군사 굴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2012년까지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등장한 뒤 노골화된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 일본의 군비 확장은 국무부 보고서보다 더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확정한 2016년도 방위 예산은 4년 연속 증액된 5조541억 엔(50조3000억원)으로 처음으로 5조 엔을 넘겼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적대 세력과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일본의 방위력 증강은 미사일 방어 체계를 마련해 국내를 보호하면서 유사시 한반도와 남·동국해 등 일본 바깥으로 자체 군사력을 투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6년도 예산에 반영된 주요 무기 체계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이지스함 1척(1730억 엔), 차세대 F-35A 전투기 6대(1030억 엔), SH-60 헬기 17대(1030억 엔) 등이다.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KC46A,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도 포함됐다. 이는 모두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다. 자위대의 한반도 및 동북아 탐지 능력을 강화하고, 자위대를 일본 바깥으로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일본의 군사력 확장은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의 지원 속에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 무기의 도입은 물론 미사일방어(MD) 체계인 SM3블럭2A 요격 미사일에서처럼 미국과 핵심 무기 체계를 공동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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