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준법 경영이 핵심 가치” … 신동빈 회장 세대교체 공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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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61·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준법경영을 앞세워 ‘세대교체’를 공식화했다.

자신 이름으로 첫 신년사 발표

 신 회장은 3일 2016년 신년사를 통해 “시대에 맞지 않는 기존 관습과 제도를 모두 버리고, 열린 마음과 자유로운 사고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나가자”고 밝혔다. 또한 “경영투명성 확보와 준법경영은 우리 그룹이 준수하는 핵심 가치”라며 “건전한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신년사는 롯데가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이후 49년 만에 창업주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 이름으로 발표한 신년사다. 신 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 만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공식화한 셈이다. 신 회장은 임직원을 향해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심려를 더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키워드는 준법경영과 투명경영이다. 그간 사업의 번영에 초점을 맞춰 온 아버지 회장의 신년사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그는 “그룹의 모든 경영활동은 근본적인 원칙에 맞춰 변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조직 내·외부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계열사가 80개에 달할 정도로 몸집을 불려 온 그룹 운영 기조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신 회장은 “롯데는 그간 시장을 선도하며 성장해왔지만 앞으로의 양상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형 성장에 발맞춰 수익성을 개선하는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하고,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에는 철저한 고객 분석과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웃과 나누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신동빈표 신년사’에는 평소 그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묻어났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사태 이후에도 “경영과 가족은 별개다”, “기업의 문제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경정해야 한다”며 법적인 절차를 강조해 왔다. 롯데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을 선진 기업 수준으로 개선시켜, 자신을 중심으로 한 ‘혁신 롯데’ 체제를 다지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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