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상대 위안부 손배 소송, 정식 재판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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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를 상대로 정식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게 해달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 중앙지법 민사92단독 문광섭 부장판사는 30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조정 사건을 ‘조정을 하지 않는 결정’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이 법원의 민사합의부로 넘겨진다.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건 성격이 조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조정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2년 전 12명 손배 요구 조정 신청
법원 “사건 성격상 조정 부적합”
한·일 합의 ‘최종적·불가역적’문구
개인 청구권에 영향 주는지도 쟁점

 정식 재판에서는 28일 한·일 정부 간 합의의 법적 성격부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합의에 담긴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한다’는 문구 때문이다. 이 문구는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요구를 거절하는 명분으로 활용했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2조의 문구와 유사하다. 이번 합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개인의 청구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되면 손해배상 청구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에 대한 내용은 아예 협상 대상이 아니였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란 것이다. 조정 사건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해 온 김강원 변호사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진행한 합의에 불과하다. 할머니들의 민사적 권리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 ‘나눔의집’에 사는 이옥선(87)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은 2013년 8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각 1억원씩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조정 신청을 서울 중앙지법에 냈다.

조정이란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다. 정식 재판은 아니지만 조정이 성립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법원은 신청이 접수된 지 1년10개월여 만인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열린 조정 기일을 열어 일본 정부에 출석통지서를 보냈지만 일본 정부는 이 서류들을 모두 반송했다. “한국 법원의 권한이 일본 정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정이 공전되는 사이 12명이었던 원고는 배춘희·김외한 할머니가 별세해 10명이 됐다.

 이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법원에 정식 재판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강원 변호사는 지난 10월 23일과 이달 24일 법원에 두 차례 ‘조정을 하지 않는 결정 신청’을 냈다. 정식 소송 절차가 시작되면 일본 정부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장혁진·안효성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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