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진타오 '온건 개혁' 청사진 밝힐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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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후진타오(胡錦濤.사진) 당 총서기 겸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82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해외 매체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파벌 간의 경쟁체제를 지닌 일본의 자민당식 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면, 본격적인 민주제도를 당내에 도입함으로써 胡가 전임자이자 아직 실권을 상당 부분 장악한 장쩌민(江澤民) 군사위 주석에 대항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온건한 정치개혁=예상과 달리 중국 현지에서는 胡총서기의 평소 성향대로 정치개혁을 차분하게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급진적인 서방의 민주적 정치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중국 공산당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와 각종 감독.감찰 기능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공산당의 의사결정을 상당 부분 민주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공산당 이론지에 해당하는 '구시(求是)'도 지난 16일자 호에서 "당의 민주화로 전체 인민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문장을 실었다. 胡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치권의 향후 제도적 개혁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안정 지향하는 권력구도=胡총서기는 이번 연설에서 장쩌민이 제창해 지난해 당대회에서 당헌장에 삽입한 '3개 대표 이론(공산당은 선진 생산력.선진 문화.전체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한다)'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江의 이론이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토대라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江이 주도하는 상하이방(上海幇)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胡는 국내 정치와 외교 등에서 실질적인 1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기는 하지만 군사권과 정치권 내에 광범위한 세력을 포진해 두고 있는 江에 맞서기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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