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동강, 저 정선 아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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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인수(1945~)'동강, 저 정선 아라리'전문

산을 여는 것은 어디나 초록강입니다.
강원도 정선의 산중을 참 여러 굽이
에돌아 흐르는 동강 물머리를 심호흡으로
깊이 끌어들여 지그시 오래 눈감아보시지요.
사람의 속이 저와 같이 첩첩하여서
그 노래 또한 얼마나 여러 굽이 에돌아 흐르는지요.
강 따라 산 따라
사람살이가 거기 따로 있다 하지요.
정선 아라리,
이 애 터지게 느리고 구성진 가락을
동강 물길 위에 놓아 천천히 한번 물어보시지요.
주물로 부어낸 듯 실로 똑같습니다.
따로 무엇이 그 마음 열겠는지요.



'정선 아리랑'의 발원지라는 정선 아우라지는 지난해 수해로 바닥이 너무 깊이 파이고 강폭이 좁아졌다. 뗏목도 처녀상도 다 떠내려가 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또 한이 되었나, 물이 산중을 굽이굽이 에돌아 흘러 동강 지날 때쯤이면 옛 가락이 더욱 애 터지게 살아난다. 사람의 속이 또한 그와 같이 첩첩해서, 사람마다 부르는 노래가 '정선 아라리'처럼 구성질 때가 있다. 어허, 오늘 내 노래가 그렇다.

박덕규<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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