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희생자 합동 영결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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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 영결식장에는 유가족과 시민 등 1천여명이 모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영면(永眠)을 기원했다.이날 행사에는 고건 국무총리를 대신해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고,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민주당 정동영 고문 등 여.야의원들과 조해녕 대구시장.이의근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사고 발생 후 4개월여 동안 동분서주한 탓에 유족들은 모두 지쳐 보였다.일부 유족들이 눈물을 훔쳤을 뿐 경건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하지만 각계 대표들의 추모사가 계속되면서 설움에 복받친듯 통곡이 터져나왔다.

유족 대표가 "엄마,나 뜨거워.여보,당신 사랑해.그 순간을 우리가 어떻게 잊겠습니까"라며 추모시를 낭송하자 일부 유족들이 "원통해 못살겠다"고 소리치며 통곡해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에 앞서 여동생을 잃은 언니가 "미안하다.얼마가 뜨거웠나.얼마나 고통스러웠나.…잘가거라 내 혈육아.잘 가거라 내 동생아"라는 절절한 추모사를 해 유족들과 참석자들을 울렸다.

○…이날 분향소 앞 양쪽에 자리잡은 2군사령부 군악대와 대구시립합창단원들도 눈물을 훔쳤다.조가를 부르기 위해 참석한 합창단원들은 추모사를 읽을 때마다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연주를 하는 군악대 대원들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영결식장 인근 도로가에는 '죽을 만큼 보고 싶구나 내 아들 딸아"라는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대구시와 희생자 대책위 측은 흥분한 유족들 때문에 영결식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유족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슬픔을 억누르며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마쳤다.

헌화 순서에는 5백여명의 유가족 모두 한 줄로 서 국화꽃을 주는 여학생들에게 일일이 목례를 하고 영정앞에 꽃을 바쳤다. 유족들은 마지막 가는 자녀.가족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통곡을 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유족들은 만장을 앞세우고 중앙로역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행사를 마무리했다.

정기환.홍권삼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대구지하철 참사 일지>

▶ 2월 18일= 중앙로역 지하철 방화사건 발생

▶ 19일= 특별재난지역 선포

▶ 3월 1일= 중앙특별지원단 설치

▶ 10일= 인정사망심사위 구성

▶ 19일= 대검 특별수사본부 설치

▶ 26일= 사고현장 훼손금지 가처분 결정

▶ 5월 30일= 피해보상에 관한 조례 제정

▶ 6월 26일= 부상자 법적 보상금 의결

▶ 29일= 사망자 합동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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