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원조 지키기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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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남도가 지역 특산물인 '청양고추'에 대해 지적재산권(상표권) 등록을 추진키로 했다.

'매운 맛'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청양고추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관련 상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로고와 마스코트 등을 개발해 '칠갑산 청양고추'식으로 변형된 형태로 상표권 등록을 할 방침이다.

도는 특허청에 자문한 결과 "'청양고추'는 이미 전국 각지에서 매운 고추의 대명사처럼 사용하는 보통명사가 돼 '청양고추'자체로는 상표권 등록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에 앞서 청양군은 2001년 '청양매운고추'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한 바 있다.

청양고추가 유명세를 타면서 원산지와 명칭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경북 청송의 앞 글자와 영양의 뒷 글자를 따 '청양'이라는 상표가 만들어졌다"라던가 "비싸고 고귀한 고추란 뜻에서 '천냥고추'라고 했는데 발음이 변해 청양고추가 됐다"는 설 등이 그럴싸하게 퍼져 있다.

이런 가운데 청양군 농업기술센터의 김태권(60)소장이 밝히는 '청양고추의 유래'가 설득력을 얻어 정설(定說)로 굳어져가고 있다.

金소장에 따르면 청양고추의 탄생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중앙종묘회사의 한 직원이 청양농업기술센터에서 원예작물을 담당했던 金소장을 찾아와 "청양 지역의 토양.기후 조건이 고추 재배에 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종묘 개발에 사용할 '잘 생긴'고추를 선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金소장이 모양이 좋은 빨간 고추 30개를 종묘회사 직원에게 건네주며 "이들 고추가 종자로 선발되면 이름을 '청양(靑陽)고추'로 지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고, 이들 고추로 종자를 개발한 종묘회사 측이 金소장과 약속을 지켜 '청양고추'라는 고추종묘가 탄생하게 됐다는 얘기다.

'청양고추'는 83년 농림부에 종자로 정식 등록까지 했다.

이후 종묘회사가 이 고추 종자를 전국에 보급했고, 이를 재배한 전국 농가에서 청양고추라는 상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현재 청양군 고추 재배면적(1천ha) 가운데 청양고추 재배면적은 10%에 불과하다.

40여년 간 청양고추를 연구해온 金소장은 "자갈이 많아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지는 토질에서 자란 청양고추는 크기는 작지만 매운 맛이 강하며, 김치를 담가도 감칠 맛이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청양=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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