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실업률 발표 앞둔 美증시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주 증시는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덜미를 잡혀 다시 뒷걸음질쳤다.

외국인들이 지난달 28일부터 불을 댕긴 상승세로 종합주가지수 700 돌파가 기대됐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전 주말보다 8.94포인트(1.3%) 하락한 667.28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50선 아래로 다시 밀렸다.

종합주가지수의 등락 폭이 하루 10포인트를 넘을 만큼 연일 격렬한 상승 시도가 이어졌지만 경제의 불투명성이 지속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투자자들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상승세는 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즉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소비와 투자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돼 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 즉각 영향을 미칠 미국 뉴욕 증시의 기업 실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6월 중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 달러화 약세와 비용 절감에 따른 측면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지난 주말 다우지수는 다시 9,00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은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의 기준인 연방기금 금리를 45년 만에 최저 수준인 1%로 낮췄다. 금리를 내리지 않고는 기업 투자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만큼 하반기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다음달 3일 발표될 6월 실업률도 1994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인 6.2%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경기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실물 경제의 3대 동력인 생산.소비.투자가 지난달에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우리 정부가 추가로 경기진작책을 내놓지 않으면 3.3%까지 낮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증시의 수급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순매도 이틀 만에 다시 사흘간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지수 하락을 막았지만 실질예탁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들의 '나홀로' 매수 행진이 멈춰지면 증시에 약세 국면이 찾아올 수밖에 없음을 알리는 신호다. 그동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아닐지는 지금이야말로 경제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