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희곡|수요는 느는데 작가가 달린다|활성화붐 타고 10여명에 집중의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86·88행사를 치를 창작희곡의 활성화붐을 타고 불과 10여명안팎의 극작가들에게 작품의뢰가 집중적으로 몰려들고 있어 또다시 작가층의 빈곤문제가 대두되고있다.
현재 창작희곡을 고정레퍼터리로 기획하고 있는 행사는 86·88행사에 치러질 문화올림픽을 비롯, 예총주관의 「서울예술제」(4월), 「청소년예술제」(5월), 「대한민국연극제」(10월) 등.
극단별로는 창작희곡공모제를 페지한 국립극단이 올해부터 극작가들에게 창작희곡을 의뢰하며 실험극장도 소극장개관 10주년을 맞아 5명의 극작가들에게 작품 의뢰를 이미 마친 상태다.
이러한 급작스런 과잉수요로 난처해진 것은 중견극작가들. 차범석·노경식·윤조병·박조열·윤대성·이강백·오태석·최인석씨등 기성극작가들은 한작가당 평균 3∼5편의 대작을 새로 써내야하는 부담이 주어진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연극분야외에 무용·오페라·창극·발레의 기본대본 또한 희곡작가들이 담당해야 한다는점이다.
86아시안게임의 문화행사 중 차범석씨가 한국무용을, 오페라는 오태석씨가, 창극은 이재지씨가 각각 맡게된것이 바로 그러한 예.
극작가 이강백씨의 경우 올해내에 적어도 5∼6편의 작품을 새로 써야할 형편이다.
실험극장과 문예진흥원(86문화올림픽용)의 시놉시스외에 크리스천아카데미의 대화극 『아카데모스의 사람들』이 집필 중에 있고 개신교 1백주년 기념공연으로 올릴 『빛의 역사』, 그밖에 「서울시예술제」 「대한민국연극제」 「경동교회 40주년기념공연」을 연이어 집필해야할 형편.
노경식씨 또한 캐나다 벤쿠버예술제에 참가예정인 『삼시랑』을 2월까지 탈고해야 하며 문예진흥원이 위촉한 시놉시스·서울예술제·국립극단·연극제의 참가작품등이 계속 밀려있다.
방송작가를 겸하고 있는 극작가 Y씨의 경우 의뢰받은 희곡을 포함해 적어도 월 5백여장은 써내야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작가들에게 이처럼 과도한 신작의뢰가 밀러들자 연극계는 이례적으로 시놉시스에 대한 작품료를 지급하는등 그 대처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이강백씨는 『큰 행사를 눈앞에 두고서야 창작극을 의뢰하는 졸속제작방식부터 지양되어야 한다』며 1년에 1, 2작품 이상을 쓰는것은 무리라고 했다.
평론가 유민영씨 또한 『좋은작품을 위해선 작가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신작외에 이미 공연된 창작극을 재공연을 통해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것을 제시했다. <육상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