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국제평화유지군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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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이 유엔평화유지군 체제와는 별도로 전세계 분쟁 지역에 즉시 파병할 수 있는 국제 평화유지상비군의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7일 "도널드 럼즈펠드(사진) 미 국방장관이 미군 주도로 상설적인 평화유지군의 창설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천명의 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평화유지 상비군은 유엔.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활동범위와 중복되지 않는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최근 군수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잘 훈련되고 준비된 전문 평화유지군이 분쟁 지역에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 군대는 나토의 신속대응군이라든가 수십년간 분쟁지역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벌였던 유엔군의 역할과는 뚜렷이 다른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미군과 여러 나라에서 지원받은 병력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라크전이 끝났지만 소요와 분쟁, 특히 소규모 교전이 끊이지 않아 전문훈련을 받은 평화유지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유지상비군 창설 구상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처음 논의됐다. 당시는 미군이 카리브해의 아이티와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코소보 등지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비군사적 활동을 벌이던 시기였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이들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군을 대부분 철수시키는 한편 미군의 해외 배치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목표 아래 분쟁 가능성이 있는 10여 국가에 배치된 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 직후 전세계의 평화유지와 미국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이 공화당 측에서 제기되면서 평화유지군 구상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부대 창설 시점은 미지수다. 비록 구상 단계지만 병력을 빼내 새로 부대를 창설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군내 반발이 거세다.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미군의 지휘를 받는 부대에 병력을 파견해줄지 확실치 않은 점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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