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들어도 대통령 성질 더러워도 밀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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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수퍼맨인가. 눈과 귀는 둘, 입은 하나뿐이다. 우리 시골마을에 모과 세개를 헤아리지 못해도 가장은 가장이란 말이 있다. 못해도 가장은 가장이다. 마음에 안 들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내가 역행하고 있다면 나에게서 힘을 빼라. 그러나 내가 이 시대가 추구하는 방향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모자라고 재주가 모자라고 성질이 더러워도 밀어 달라."

노무현(盧武鉉.얼굴) 대통령이 27일 각 부처와 지자체의 4급 이상 여성공무원 1백42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오찬을 함께하면서 盧대통령은 특유의 직설적인 어조로 공무원들이 정부혁신의 주체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盧대통령은 "'저 사람이 돌았는가 보다'고 할지 모르나 정치란 권력투쟁이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부터 꺼냈다. "국방.치안.경제.갈등 조정.비전 제시.위기 관리 등을 앞장서 해결하겠다는 사람이 정치인이지만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제 하는 일은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책임만 돌릴 게 아니라 민심과 투표로 그들을 길들이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삼모사와 관련해선 "같은 서비스를 하더라도 국민을 즐겁게 해주자는 뜻"이라며 "다 해줬는데 국민들이 불평만 한다고 말하는 공무원은 자격이 없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이어 "거대 과반수 야당은 국회를 놀리고 있고 여당은 신.구주류 싸움질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년 후엔 우리 정치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현실은 마지막 몸부림이자 혼돈이며 이것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질서가 된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은 또 "한국은 동북아 한 가운데에 있어 서울로 치면 명동인데 지나가는 이들에게 자릿세만 받아도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부국강병 및 평화공존, 통일을 위한 비전으로 제시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도장 안 찍어주면 기업도 안 돌아가니 공무원들이 나서 한국 사회를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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