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경제장관 회의 배경] 실물경제 꽁꽁 얼어 투자 심리 되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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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경기를 살리든지 아니면 성장을 포기하든지 선택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방치했다간 자칫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정부가 2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하반기에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씻어줄 수 있는 정부의 확실한 방향 정립이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얼어붙은 실물경제=그나마 4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했던 생산이 5월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승용차 생산이 지난해 5월보다 9.0%나 줄어들면서 자동차 업종의 생산이 6.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섬유 제품(-14.9%), 의복 및 모피(-30.9%) 등 주요 업종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반도체가 12.2% 증가했다.

일반인의 체감경기와 직결된 소비 감소폭은 더 커졌다. 도.소매 판매는 지난 4월 4.3% 감소에서 5월엔 4.6% 감소를 기록했다. 성장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감소하면서 재고 증가→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불황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결정짓는 투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설비투자가 8.9% 감소했고, 기계류 내수 출하도 6.8% 줄었다. 앞으로의 경제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나쁜 신호다.

◆방치하면 장기 불황=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그대로 두면 단기간에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위축된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5월 지표는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며 "이런 식의 지표가 지속되면 1~2%대의 성장이 불가피하고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지금 같은 경기침체가 2분기 이상 지속되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며 "3분기에도 경기 회생이 어려우면 보다 강도 높은 재정.금융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늘리고 금리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투자는 곧 심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라고 지적하며 기업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장 등 국책.민간 연구소장들은 지난 26일 김진표 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운영의 초점을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기업의욕 회복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성장 잠재력 유지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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