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고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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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김은하 글, 김재홍 그림/길벗어린이, 8천5백원

한번 잃은 야성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3년만에 우리 밖을 나온 흑두루미 두리. 다리를 다친 채 발견된 후 갇혀만 살았다.

그 세월동안 들판도 잊고, 친구도 잊었다. 그런데 이 흑두루미가 철새 친구들을 찾아가게 됐다. 10년 넘게 인간과 살다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리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순천만에서 있었던 실화다.

물기를 머금은 두리의 눈동자와 너울거리는 날개짓을 유화로 표현한 이 그림책은 두리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 두리는 순천만에 자리잡은 다른 흑두루미 무리에 끼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혼자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흑두루미 가족과 두리의 거리는 점점 좁아지고, 잠 잘때 서로 번갈아 망을 봐주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장, 드디어 두리는 용기를 내어 친구들을 따라 고향 시베리아를 향해 날개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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