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철의 여인'! 서류가방, 예상가의 50배인 4억여원에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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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영국 총리 중 대표적인 인사를 꼽는다면 윈스턴 처칠과 마거릿 대처일 수 있다. 둘 중 누구의 세평이 앞설 것 같은가.

총리들마다 사용하게 돼 있는 붉은색 서류 가방의 가격만 놓고 본다면 대처 전 총리일 수 있다. 15일 영국의 런던 크리스티에서 대처 전 총리의 유품 150여 점이 경매에 부쳐졌다. 이중 총리의 공식 서류 가방인 '디스패치 박스'는 24만2500파운드(4억3500만원)에 팔렸다. 당초 예상가는 5000파운드(900만원)였다. 그러나 몰타에서 온 사람이 3만 파운드로 불렀고 곧 아일랜드인이 3만8000파운드를 외쳤다. 7만500파운드(서울)에 이어 10만, 15만을 거쳐 최종 낙찰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경매에 나왔던 처칠 전 총리의 디스패치 박스보다 8만4000파운드 비싼 가격이었다.

다른 물품들도 대부분 예상가를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결혼 당시 입었던 푸른 드레스는 2만5000파운드에 팔렸다. 또 대처 전 총리의 사인이 담긴,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위한 기도'의 한 구절('불화가 있는 곳에 화목을')이 담긴 연설문은 3만7500파운드에 낙찰됐다. 총선에서 처음 승리한 후 다우닝가에서 한 연설이었다.

대처 전 총리의 대서양 건너편 동지였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선물한 미국의 상징 새인 흰머리 독수리 조각은 26만6500파운드에 주인을 만났다. 예상가는 8000파운드였다.

이날 경매엔 전세계에서 참여했는데 서울 사람과 관련해선 영국의 더타임스가 "책을 구매하는데 관심을 보였고 그릇 가격을 2000파운드로 올리는데 기여했다"며 "마침내 보석과 조지 왕들 시대의 마호가니 탁자를 샀다"고 썼다.

이날 마오쩌둥(毛澤東)이 1937년 영국 노동당 당수였던 클레멘트 애틀리에게 보낸 서한도 경매에 부쳐졌는데 60만5000파운드에 팔렸다.

대처의 유물 200여 점에 대한 온라인 경매는 16일 진행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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