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안정목표 2% 제시…못지키면 설명 의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은행이 내년도 물가안정목표를 2%로 제시했다. 한은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016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로 설정했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7년~2018년에는 2% 내외로 전망된다”며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 개방화 등을 감안할 때 선진국 수준의 물가안정목표를 도입할 여건이 성숙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국가 중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2%로 설정한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한은은 ‘설명책임’ 의무를 강화했다. ‘설명책임’은 물가가 일정 기간 이상 목표 범위를 벗어날 경우 총재가 공개서한이나 통화정책보고서를 통해 원인과 대응 방향 등을 설명하는 제도다. 영국·아이슬란드·터키·이스라엘 등이 도입하고 있다. 한은은 현행 연 2회 국회에 제출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연 4회로 늘려 발간하고, 국회가 요구할 경우엔 한은 총재가 출석해 답변키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를 ±0.5%포인트 넘게 벗어나는 경우, 총재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원인과 전망·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직접 설명키로 했다. 그럼에도 물가가 ±0.5%포인트 이상 이탈하면 3개월에 한 번씩 후속 설명을 하기로 했다.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의 수치를 단일화해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를 제시했다. 서 부총재보는 “물가 목표가 2%인 상황에서 목표 범위를 제시할 경우 1%대의 물가도 바람직한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1.5%~2.5%로 표시할 경우, 1%대의 물가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한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안정목표제는 경기 주체들이 인플레이션이 몇 %인지 예측하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며 “낮은 물가상승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이번 물가안정목표 설정을 계기로 실질성장률을 관리한 기존 거시정책 기조를 ‘실질·경상성장률 관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적절한 성장률(3%대 성장)과 물가상승률(2%대 증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실질성장률을 중요시한 결과 실제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았고 이를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됐다”며 “지금과 같은 저물가 시기엔 경상성장률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한은이 하는 조치가 보다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물가안정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만약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소비자물가상승률>


연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물가상승률(%)


2.8

3.0

4.0

2.2

1.3

1.3

0.7

1.5

자료 : 한국은행
(2015·2016년은 정부 전망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