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北송금 실체] 임동원 "내가 말렸다"

중앙일보

입력

1억달러 대북 제공 문제와 관련한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25일 해명성 언급에는 대북 송금 특검에 대한 소회가 엿보인다. 특검 70일간 수차례 소환되면서도 공개발언을 꺼렸지만 이제 '입을 열어야 할 때'라고 판단한 듯하다. 1억달러 건은 돈을 주고 남북 정상회담을 샀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불린 林전원장은 송금과 관련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林전원장은 1억달러에 대해 "정상회담 대가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 손님맞이 등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어려운 북측의 사정을 고려해 정책적 차원에서 주기로 한 것이란 설명이다.

불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튀어 북한 당국을 자극하고 남북 관계가 깨지는 상황을 막으려 차단 벽을 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의 체면을 고려해 비공개로 했다는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억달러 제공을 국민에게 알리자고 했는데도 "나를 포함한 참모들이 만류했다"고 밝힘으로써 '은폐'에 따른 모든 부담을 떠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林전원장은 이미 2001년 4월 기자와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해 국가와 민족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그는 "20~30년 후 역사의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만약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을 보좌한 나의 몫"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남북 간 '뒷거래'전말은 林전원장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드러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그리고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일궈낸 주역이던 그는 불과 3년 만에 성사 과정을 둘러싸고 불구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이영종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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