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6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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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봄날은 간다 - 오종문 -

간다 간다 봄날은, 나를 키워준 세월 두고

발길 놓기 어려운 불의의 비행 이끌고

낯선 땅 오래된 길의 굵은 선을 따라 간다

그 길에 무소유의 땅에 비는 다시 내리고

헛된 봄 농사만 짓던 일탈의 짧은 봄밤

그동안 내가 한 일은 한 뼘의 생을 재는 일…

아아, 붉은 햇덩이 미명의 하늘 문 열면

꿈도 훨훨 사랑도 훨훨 목숨까지도 훨훨

내 생애 협곡을 돌아 봄날은 간다 간다.

◇ 시작노트

어느 봄날, 한낮의 일탈을 꿈꾼다. 한 사내의 낯선 비행이 낱낱이 드러나는 시간, 햇빛도 없는 투박한 날 가끔은 낮술에 젖고 싶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삶을 끌어안고, 아니 붉은 햇덩이 온몸으로 맞이하고 싶다. 낯선 땅 오래된 길에 서성거리던 또 다른 삶을 맞이하기 위해서….

◇ 약력

1986년 사화집 '지금 그리고 여기'를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조집 '오월은 섹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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