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 지역 소방관 '악몽의 12월 3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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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어떻게 같은 날에….”

지난 3일 서해대교 화재 사고로 이병곤(54) 평택소방서 포승안전센터장이 현장에서 순직했다는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아연실색 했다. 4년 전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3일, 그날도 그랬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함께 웃으며 얘기를 나눴던 동료 두 명을 하늘로 보내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날 오전 8시50분쯤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 가구단지의 한 가구 전시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정동을 담당하는 평택시 송탄소방서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구조대 소속이었던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도 인명 구조를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 소방위와 한 소방장은 현장 수색 중이던 오전 9시20분쯤 건물이 붕괴되면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송탄소방서장으로 영결식이 치러졌고, 동료들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이 센터장이 서해대교 화재로 끊어진 케이블에 맞아 숨진 날도 똑같이 12월 3일이었다.

이처럼 4년 간격을 두고 같은 날에 평택·송탄 지역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다가 순직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료 소방관들 사이에서 이날은 ‘악몽의 12월 3일’로 인식되고 있다.

송탄소방서 김은선 소방관은 “평택에서 같은 날 소방관이 순직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며 “불과 4년 전 일이 다시 떠오르면서 동료 소방관들 사이에서 트라우마가 확산되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故) 이병곤 센터장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던 김동수 소방관도 “동료 두 명이 순직한 지 정확히 4년 되는 날 평택에서 비보가 또 날아왔고, 동료들의 비통함도 두 배가 됐다”며 “아직도 이 소방위와 한 소방장의 얼굴과 목소리가 생생한데 이 센터장까지 한날에 이렇게 떠나니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평택=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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