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검사장들과 오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전국 검사장들과의 청와대 오찬 모임에서 "노사 분규 등 집단행동이 많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 발전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경제.민생의 발목을 잡는 불법적 집단행동과 조직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엔 강금실(康錦實)법무부 장관과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정상명(鄭相明)법무부 차관, 전국의 고검.지검장 36명이 참석했다.

盧대통령이 이날 역점을 둔 부분은 정치적 중립.신뢰 회복 등 '검찰 개혁'방안에 대한 검사장들과의 '코드 맞추기'였다. 그는 "검찰 고민의 핵심은 신뢰의 문제"라며 "신뢰 회복에는 부득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또 "국민에게는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 지워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를 밀고 나가면 그 동안의 이미지가 희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다리지만 말고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면 된다"는 논리였다.

최근 대북 송금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盧대통령의 고민 중 하나는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1백50억원 수수 의혹의 수사 주체 문제였다. 국민이 현 검찰의 수사 결과를 믿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특검.안희정씨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신뢰 문제로 오히려 대통령의 다양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여러 오해를 받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며 "검찰 독립은 盧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본질적인 것은 검찰과 대통령의 관계"라며 "검찰이 달라고 요구하는 검찰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는 우리 제도는 내편을 세우라는 게 아니라 검찰권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검찰이 일탈하지 않는 한 존중하겠으니 검찰 스스로 인사평가 기준을 만들어 달라"며 "대통령으로서 일탈 없는 권력기관에 대해 간섭하고 수족으로 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盧대통령은 말미에 "현 총장이 신뢰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고, 나도 신뢰한다"며 "믿고 일을 맡길 테니 제일 좋은 검찰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발언 와중에 盧대통령은 "그간은 대통령 때문에 검찰이 바로 서는 데 어려움이 많고 신뢰를 잃었다고 해서 대통령을 보면 알레르기가 생겼다는데 오늘 생각해 보니 대통령이 검찰을 보면 으스스하고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것 같다"는 뼈있는 농담도 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