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입 2조 … 캄보디아 세수 맞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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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옛말에 ‘전쟁은 은(銀) 탄환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돈 없이는 전쟁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돈줄’이다. 이슬람국가(IS)의 최대 돈줄은 예금 강탈이었다. CNN머니는 6일(현지시간) 미국·영국 등의 정보 전문가의 말을 빌려 “(서방과 러시아 공습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기 이전인) 지난해 IS 전체 수입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 정도”라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1년 세수와 비슷한 규모다.

최대 돈줄은 예금 강탈 … 절반 차지
공습 등으로 원유 밀매는 감소세
전사 월급 137만원, 자녀 수당 3만원

 가장 큰 수입원은 원유 밀매가 아니었다. 예금 강탈이었다. 지난해에만 점령지 은행에서 최대 10억 달러 정도를 빼냈다. 지난해 IS 수입의 절반 정도다. IS 원유 밀매는 예상만큼 많지 않았다. 전체 수입의 4분의 1인 5억 달러 정도였다. 톰슨로이터는 “서방의 제재와 감시망이 촘촘해 IS의 원유 밀매가 예상만큼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IS는 영토와 주민을 아우르고 있다.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최소 조건은 갖춘 셈이다. 실제 CNN머니에 따르면 지난해 IS는 세금으로 3억6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세율도 어느 정도 알려졌다. 소득세는 10%, 사업세(법인세 등)는 10~15%, 간접세인 판매세(부가가치세)는 2%, 예금인출세는 5% 정도다. 일단 서방 세계처럼 소득이나 기업 이익이 많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누진 구조는 아니다. 서방의 일부 경제학자들이 옹호하는 정률세 시스템을 IS가 채택했다.

 CNN머니는 “IS가 종교 헌금을 강제로 거둬들이고 있다”며 “또 조직폭력배처럼 보호세를 물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 비춰 IS는 주민들의 돈을 어떻게 동원하는지 잘 아는 조직인 셈이다.

 그렇다면 IS는 어디에 돈을 쓸까.

 당연히 전쟁 중이니 탄환 등 무기 구입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CNN머니는 “이슬람 전사 한 명에게 월 400~1200달러(45만~137만원)을 월급으로 준다. 이들의 배우자에겐 한 명당 월 50달러를, 자녀 한 명당 25달러를 지급한다. IS가 학생들에게 학비를 받는 점에 비춰 복지제도를 구축하진 못했지만, 전사 가족을 위해선 초보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서방과 러시아 공습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폭격으로 원유 채굴 시설이 많이 파괴됐다는 게 서방 정보기관의 판단”이라고 최근 전했다. 원유 밀매 수입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폭격으로 상점 등이 파괴돼 세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S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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