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돈 넘치고 금융은 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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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의 콜금리(금융회사 간 하루짜리 초단기 여신 금리)가 25일 사상 처음으로 가중평균으로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마이너스 콜금리가 발생한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기관은 넘쳐나는데 정작 돈을 쓰겠다는 쪽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과잉 유동성과 함께 허약한 일본 금융시스템도 마이너스 콜금리의 원인이다. 일본 은행들은 부실 자산 때문에 해외에서 달러를 빌리기 힘들어지자 필요한 달러를 일본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충당했다.

달러와 엔화를 맞바꾸는 스와프 거래로 달러를 조달한 것이다. 이 때 외국은행들이 스와프로 받은 엔화를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해주는 사례가 늘면서 마이너스 콜금리가 발생한 것이다.

외국은행들이 돈을 빌려주면서 원금마저 손해보는 '바보짓'을 한 이유는 뭘까. 전체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면 외국은행들도 남는 장사를 했다. 외국 은행들은 일본 은행에 달러화를 빌려주면서 엔화를 담보로 받은 뒤 이 담보로 받은 엔화를 다른 외국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빌려주고 있다. 다른 외국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엔화를 빌려줘도 일본 은행에 달러화를 빌려준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더 많아 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와프로 받은 엔화를 그냥 보유하고 있으면 마이너스 금리만큼의 이익을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스와프로 받은 엔화를 일본 중앙은행에 그냥 예치할 경우 당좌예금 한도에 걸릴 수 있으며, 그냥 은행 금고에 보관하는 것도 워낙 거액이기 때문에 유지관리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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