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단속 위해 … 목포·군산해경 중국어 ‘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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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3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단속을 마친 목포해경 3009함 안에서 중국말이 흘러나왔다. 함정 내 식당 테이블에 모여 앉은 이재두(경정) 함장과 직원·의무경찰 등 50여 명이 중국어 공부를 하는 소리였다. 대원들은 중국동포 출신인 김순복(45·여)씨의 지휘 아래 서툰 발음으로 중국어를 따라했다. 중국어 발음을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옮겨 수첩에 적는 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부터 전 직원 회화 교육
검색·압송 업무 효율 향상 기대
내년 여수·완도해경 등으로 확대

 해경이 중국어 배우기에 적극 나섰다. 해마다 늘어나는 중국 어선 불법조업 단속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3일 “지난달 초부터 전남 목포해경과 전북 군산해경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회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사는 중국동포 출신이나 중국어 교사가 맡았다.

 중국어 교육은 중국 어선에 대한 검문검색과 압송·조사 때 필요한 기초적인 중국어 표현을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현 위치에 정선해 주십시오” “조업일지를 제시하십시오” 등 승선부터 서류 점검, 인원 파악, 어획량 확인 등 단속 과정 전반에 필요한 중국어 회화를 배운다.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11쪽짜리 중국어 회화 핸드북도 제작·배포했다.

 교육은 근무시간을 쪼개 바다와 육지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경비함정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은 각 함정 내 식당이나 회의실에 모여 중국어를 배운다.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목포·군산해경에서는 하루 2시간짜리 교육을 이달 말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육지에서 근무하는 해경 대원들에 대한 교육은 해경안전서 강당에서 이뤄진다.

 해경이 대원들에 대한 중국어 교육에 나선 것은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해경안전서와 경비함정마다 중국어 특채 경찰관들이 배치돼 있긴 하지만 급증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해해경 관할 해상인 서남해에서는 한 해 많게는 200여 척 이상의 중국 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다 나포되고 있다. 이들 어선에는 10~20여 명씩 중국 선원들이 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올해 시범적으로 목포해경과 군산해경 등 2곳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회화 교육을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관할하는 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완도·여수해경 등 서해해경 산하 전 직원들로 교육을 확대한다. 또 서해해경본부 내 교육센터에는 중국어회화 교육 과정이 개설된다.

 송나택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전 직원이 중국어회화를 할 수 있게 되면 신속한 단속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불법조업에 대한 단속이나 조사 과정에서 의사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갈등도 예방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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