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로배구 역대 제일 살벌한 순위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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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가 춘추전국시대다. 역대 제일 살벌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2일 현재 남자부 선두는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다. 9승5패(승점29)로 선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2~4위까지는 접전이다. 2위 현대캐피탈(8승5패·승점25), 3위 대한항공(8승6패·승점24), 4위 삼성화재(8승5패·승점23)까지 승점 1~2점 차로 촘촘하게 몰려있다. 지난 시즌 7년 연속 통합우승(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을 이뤘던 삼성화재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막내 구단 OK저축은행에 무너지면서 다른 팀들도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대캐피탈은 전원이 공격·수비에 가담하는 '스피드 배구'로 변신하면서 이번 시즌은 난항이 예상됐다. 하지만 토종 에이스 문성민의 부활과 외국인 공격수 오레올의 짜임새있는 공·수 활약이 상위권에 오르게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대한항공은 외국인 공격수 산체스가 손목 골절로 아웃돼 새 외국인 선수를 기용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명가 삼성화재는 개막 직후 3연패로 최하위까지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그로저의 강서브와 무서운 공격이 통하면서 어느새 6연승을 달리고 있다. 5위 한국전력(7승6패·승점20)도 만만치 않다. 부상이었던 에이스 전광인이 합류한 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자부는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어있다. 현대건설(8승2패·승점22)이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흥국생명(8승3패·승점21)과 승점 차는 겨우 1점. 3위 IBK기업은행(6승5패·승점19)과는 승점 3점 차다. 최하위 KGC인삼공사(1승9패·승점5)를 제외하면 어느 팀이라도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5승6패·승점16)는 감독이 갑자기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4위로 처졌다. 하지만 최근 신구 선수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상위 팀들을 추격하고 있다. 5위 GS칼텍스(4승7패·승점13)도 멀티 포지션을 도입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순위가 요통치는 탓에 감독들은 아예 신경을 껐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순위가 매일 바뀌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우리 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시즌 막판 중요한 고비때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녀 모두 외국인 선수 실력 평준화로 순위 경쟁이 안갯속이 됐다.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이 남자부는 지난 시즌 44.16%에서 이번 시즌 36.98%로 떨어졌다. 여자부도 47.48%에서 39.59%로 하락했다. 남자부는 그로저(삼성화재), 시몬(OK저축은행), 오레올(현대캐피탈)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포진해있지만 국내 선수들 활약도 좋다.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한국전력), 김요한(KB손해보험) 등이 제 실력 이상을 뽐내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외국인 선수 공격에 적응력도 높아지면서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여자부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면서 실력이 하향 평준화됐다. 트라이아웃 참가자격을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인 공격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도희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엔 외국인 공격수에게 치중하는 배구가 한 풀 꺾였다. 국내 선수들의 공격이 순위 경쟁에 중요한 변수가 됐다"며 "순위 경쟁은 6라운드 마지막까지 계속 될 것이다.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진 팀이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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