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자국산 민항기 시대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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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산 민간 항공기 시대를 열었다. 미국과 유럽이 양분하고 있는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에 중국이 공식으로 도전장을 낸 셈이다.

신화통신은 중국상용항공기(中國商用飛機·COMAC)가 제작한 중형 항공기 ARJ21-700 1대가 29일 오전 청두(城都)항공에 인도됐다고 30일 보도했다. 청두항공은 앞으로 3개월간 시험 비행한 후 승객을 수송하는 정기 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민간항공기를 항공사에 납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카이(馬凱) 중국 부총리는 이날 “ARJ21-700의 정식 인도는 중국 항공산업발전 사상 이정표적 사건이며 앞으로 관련 산업이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2002년 국무원의 개발 승인을 받은 ARJ21-700은 2007년 출고됐고 이듬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민항국으로부터 운항자격을 획득했다. 중형항공기로 78~90석 규모이며 항속거리는 2225~3700㎞다. ARJ21은 21세기 선진 역내 제트기(Advanced Reginal Jet for the 21st Century)의 약자이며 700은 표준 모델 이름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뜻하는 ‘아자오(阿嬌)’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COMAC는 “현재 수백 대의 주문을 받았으며 산둥(山東)항공 등이 주문한 35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모두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중형에 이어 자국산 대형 항공기 시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COMAC는 11월 초 상하이(上海)에서 C919 출고식을 가졌다. 보잉 737, 에어버스 A320과 동급인 C919는 190석까지 설치할 수 있는 대형 항공기다. 유효 하중 20.4t, 순항속도 마하 0.785, 최대 고도 1만2100m, 항속거리 4075~5555㎞다. COMAC는 이미 517대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20년간 중국에선 총 5363대의 여객기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비행기는 내년 중 시험 비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항공기가 모두 순수한 중국산이 아니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실제로 ARJ21-700과 C919의 엔진과 핵심 전자 시스템, 디스플레이, 비행기록 시스템이 모두 GE 제품이다. 종합 통신 및 항법 장치, 감시 시스템과 객석 오락 시스템은 미국 록웰콜린스의 제품이다. 독일산과 프랑스 핵심 부품도 다수 사용됐다. C919의 경우 국산화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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