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턱 생각보다 낮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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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고검장이 직접 상담을 통해 민원인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등 검찰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어 화제다.

정모(62.자영업)씨는 부동산 투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해 공동 투자자를 광주지검에 고소했으나 최근 무혐의 처리를 받자 속앓이를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1일 광주고검 민원인 상담실을 찾아 상담을 가졌다. 토요일인 이날 상담실에는 이범관(李範觀.사진)광주고검장이 직접 상담에 나섰다. 李 고검장은 사건 기록을 살피고 정씨의 사정을 들은 뒤 "민원인의 주장은 옳지만 형사상 처벌되지 않으니 민사로 다퉈보라"고 말했다.

고검장이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서 상담을 해 준 것에 대해 정씨는 "검찰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됐다"며 "고검장이 직접 민원인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법률적인 문제까지 설명해 주니 속이 시원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李 고검장은 검사들이 업무폭주 등으로 사건 당사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못해 불만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검찰을 찾은 민원인들이 검사의 얼굴도 못봤다는 하소연이 나오지 않도록 직접 나서기로 했다. 검사들에게 '1분 더 듣기 1분 더 말하기'를 강조했다.

지검.지청의 수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항고사건의 경우 당초 사건을 수사한 곳으로 되돌려 보내는 재기(再起)수사명령 대신 고검 검사가 직접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고검 검사들이 수사를 분담, 검사 편의보다 민원인 입장을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사시 14회 출신으로 경기도 여주가 고향인 李 고검장은 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으며 법무부 공보관.대통령 민정비서관.서울지검 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광주고검장으로 재직해왔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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