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곰' 김동주 영양가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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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은 캐딜락(고급차)을 타고, 타격왕은 셰비(보통차)를 몬다'.

메이저리그의 오래된 속담이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의 짜릿함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타격왕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을까. 담장을 넘기는 화려한 맛은 부족해도 당기고, 밀어치고, 끊어치는데 능한 '만능타자'를 의미하는 타격왕 역시 타자들이 꿈꾸는 '천상(天上)의 자리'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 꿈의 4할타율(0.412)로 초대 타격왕에 올랐던 백인천 롯데감독은 홈런과 타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타율은 시즌 중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타점과 홈런은 계속 쌓인다. 진정한 타자는 타점을 올리면서 홈런도 칠 수 있는 타자다."

올 시즌 반환점을 앞둔 24일 현재 홈런 1위(33개) 이승엽(삼성)은 타점도 1위(76점)에 올라 백감독이 주장하는 '진정한 타자'에 가장 충실하다.

그럼 현재 타격왕은 어떨까. 타율 0.354로 타격 1위인 '잠실곰' 김동주(두산) 역시 홈런과 타점을 많이 뽑아내는 좋은 타자다. 시즌 초반 2할대에 머물렀던 김동주는 5월 들어 뚝심을 발휘하더니 마침내 지난 22일 SK의 이진영(타율 0.353)을 제치고 리딩히터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런 공동 4위(16개)를 비롯, 타점 3위(54점), 최다안타 3위(81개), 출루율 2위(0.444), 장타율 4위(0.598)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고루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김동주에게도 고민은 있다. 하위권으로 처진 팀 성적 때문이다. 과거 프로야구 21년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에서 타격왕을 배출한 예는 단 한번(1985년 삼성 통합우승 제외) 있었다.

2000년 현대 우승의 주역 박종호(0.340)가 유일하다. 개인성적과 팀성적의 부조화였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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