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 이수익(1942~) '새' 전문

한 마리의 새가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바람 속에 부대끼며 뿌려야할
수많은 열량들이 그 가슴에
늘 충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라,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은
노래로써 그들의 평화를 구가하지만
그 조그만 몸의 내부의 장기(臟器)들은
모터처럼 계속 움직이면서
순간의 비상 이륙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오, 하얀 달걀처럼 따스한 네 몸이 품어야 하는
깃털 속의 슬픈 두근거림이여



오랜만에 배우는 변증법. 노래하면서 비상을 준비하고, 그 비상 또한 노래하는 평화를 위한 예비 동작인 것. 이로써 새는 건강한 생명을 빛낼 수 있는 것. 이 변증법 옹호자들이 자주 간과한 중요한 게 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과정에서 말없이 희생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새의 깃털 속의 슬픈 두근거림'들이 바로 그런 것. 우리가 진짜 사랑하는 것은 노래도 잘하고 비상도 잘하는 '새 기계'가 아니라, 노래와 비상 사이의 그 '두근거리는' 심장의 새인 것.

박덕규<시인.소설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