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국제 어린이 평화운동가] 스페인 실바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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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어린이는 평화의 씨앗입니다. 남북 어린이들이 어깨동무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한반도에서 평화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이 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국제 어린이 평화운동가 두 명이 한국을 찾았다. 미키 무쓰코(三木睦子.86) '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 마당' 실행위원장과 헤수스 실바 멘데스(70) '벤포스타 나시온 데 무차초스' 대표. 이들은 사단법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공동대표 권근술.정명훈.조형)가 오는 9월 평양에 개원하는 어린이영양증진센터의 운영 기금 확보를 위해 25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어깨동무 평화기금' 위원회 발족식에 참석, 각계의 지원을 호소했다(본지 6월 24일자 28면).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연락처 02-743-7941.

"남북의 어린이가 한데 어울리는 어린이 나라, 벤포스타 한국 지부를 만들고 싶습니다."

1957년 스페인의 한 마을에서 어린이를 위한 나라 '벤포스타'를 설립한 헤수스 실바 멘데스 신부가 지난 22일 방한했다.

벤포스타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 세상을 변화시킬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어린이 자치 공동체. 스페인 오렌세시(市)에 위치한 이 나라는 벤포스타라는 은행이 있고, 코로나라는 별도의 화폐가 있으며, 현재 시장은 기니아 출신 소년 문도(14)가 맡고 있다. 의식주는 대부분 벤포스타 안에서 해결된다. 또 벤포스타 어린이로 구성된 무차초스 서커스단은 전세계를 돌며 벤포스타 이념을 알리는 공연을 한다. 주민은 어린이뿐 아니라, 자녀가 있는 가족도, 젊은이도 있다.

실바 신부는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의 대안교육에 대해 살펴보고, 벤포스타에 관심이 있는 국내 학부모들과 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실바 신부는 "한국 어린이들은 밝고 마음이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실바 신부를 만나보고 스페인의 벤포스타에서 살고 싶다고 지원한 한국 어린이가 2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조화롭고 평화롭게 삶을 공유하고, 인간의 가치가 추락한 세상에서도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벤포스타의 목표"라며 "벤포스타를 떠나 외부 세계로 나가도 이곳에서 배운 이념을 널리 알리는 진정한 벤포스타인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벤포스타는 콜롬비아.베네수엘라.벨기에 등지에 지부를 두고 있다.

실바 신부가 벤포스타 한국 지부를 꿈꾸는 이유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가 통일되려면, 어린이들이 같이 살면서 서로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곧 무차초스 서커스단이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한 어린이들이 북한 어린이들에 비해 많이 누리며 산다는 점도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홍수현,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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