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는 이슬람의 대표가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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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호 30면

프랑스 파리와 북아프리카 말리의 테러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인구 8200만명 중 무슬림이 거의 대부분인 터키인으로서, 그리고 중동의 언론인으로서 먼저 이런 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테러 참사를 겪을 때마다 이슬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이러한 말들을 하곤 한다. 양식있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은 “원래 이슬람은 이런 게 아니다”고 항변하고, 비무슬림은 “테러리스트들이 자신을 무슬림이라고 하지만, 선한 무슬림도 있다”고 한다.


IS의 테러는 이슬람 사회 혹은 이슬람 문명이나 종교를 대표해서 저지른 사건이 아니다. 개인이나 특정단체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이슬람 전체를 통째로 테러리스트와 연계시키는 것은 큰 잘못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이슬람을 대표할 수는 결코 없다. 기독교나 불교, 힌두교 출신의 테러리스트가 만행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 종교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착한 터키 학생, 예의 바른 요르단 사업가와 같은 무슬림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역시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같은 말들을 반복해 왔다.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비무슬림은 “이슬람은 원래 다 그래. 악의 종교야. 경전에는 별별 이상한 것들이 다 있어. 위험해”라고. 1990년대 후반 이후 대다수의 테러가 이슬람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것이어서 그런 반감이 나온 것이다.


또 일부 무슬림은 “서구 열강이 중동에서 무슨 일을 벌이기 위해 테러 사건을 조장한 것이다. 이라크 침공 전에 9·11테러가 일어난 것처럼 다 서방의 짓이다”고 우긴다. 심지어 “IS는 서구가 만든 테러 단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석유를 싸게 빼앗아 가려고 만든 것이다. 그들이 세운 IS가 테러를 저지르는데 다들 왜 우리에게 난리인가”라고 역공하기도 한다.


나는 양쪽의 심정을 다 이해한다. 나름 배경과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쪽이 테러 사건 때마다 지금처럼 상대방을 배후로 보고 비난한다면 머잖아 전세계적으로 큰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목숨에도 값이 있다는 사실이다. 파리 테러 때는 세계인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온통 프랑스 국기로 바꿨다. 한 달 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어땠나. 이번처럼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IS가 자폭테러를 일으키고 러시아 여객기가 폭탄테러로 추락했을 때는 어땠나. 러시아 혹은 레바논 국기가 SNS에 얼마나 등장했었나.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낸 테러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히 달랐다.


앞으론 어떻게 해야 되나. 먼저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슬람과 비이슬람, 무슬림과 비무슬림, 양쪽은 서로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 두 세계를 갈라놓은 선을 넘어 인간적인 느낌과 감정이 서로 전달돼야 된다. 의사소통이 막히면 오해와 편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무슬림이나 비무슬림 구별없이 비인간적인 테러에 대해서는 모두 규탄해야 한다. 누군가 또다시 이슬람의 이름을 팔면서 테러를 일으킬 경우 특히 무슬림들이 나서서 강력 비난해야 할 것이다. 사건의 배후에 무엇이 그리고 누가 있는지를 따지지 말고, 비무슬림과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비무슬림들도 꼭 알아야 할 게 있다. 이슬람 테러가 일어난다고 해서, 모든 무슬림을 똑같은 테러리스트로 착각해선 안된다. IS는 앙카라에서 했던 자폭 테러로 100명 이상의 무슬림을 죽였다. IS가 공격하는 대상은 거의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그 중 과반수는 같은 종파인 수니파다. 테러에는 종교도, 종파도, 언어도, 민족도 없다.


알파고 시나씨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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