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위대한 도전'…빛난 김인식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한국이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꺾고 세계 야구 정상에 올랐다.

세 번째 '위대한 도전'에 나선 김인식(68) 리더십이 빛났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세계랭킹 2위)과의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하며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 19일 한국은 세계 1위 일본을 4강에서 4-3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악전고투하며 얻은 값진 우승이었다. 대표팀 구성부터 삐걱거렸다. 마운드에 심각한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승환(한신)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윤석민과 양현종(이상 KIA)도 부상을 이유로 빠졌다. 대표팀 소집 전날 해외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의 임창용(구원 1위)·윤성환(다승 3위)·안지만(홀드 1위)까지 제외됐다. 불펜의 핵심요원 4명과, 선발 2명을 빼고 대회를 맞이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4강과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국민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당시 대표팀은 해외파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호화군단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차·포를 떼고 치러야 했다.

개막전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고, 예선 5경기에서 3승2패, 조 3위로 힘겹게 8강에 올랐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의 리더십이 능력을 발휘했다. 한국은 지난 16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쿠바와의 8강전에서 7-2로 승리하며 4강에 올라 숙적 일본과 만났다.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4강전에서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게 꽁꽁 묶여 8회까지 0-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9회 초 4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미국과의 결승전은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불안한 선발을 강한 불펜을 구축해 상쇄했다. 국제 무대에서 생소한 잠수함 투수를 4명(정대현·이태양·심창민·우규민) 뽑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그리고 구위가 좋은 왼손투수 차우찬(삼성)과 이현승(두산)은 잠수함 투수 중간에 배치했다. 오른쪽 아래로 던지는 투수와 왼쪽 위로 던지는 투수들의 조합은 상대 타자들의 선구안을 흔들며 위력을 발휘했다.

프로야구에서 두 차례 우승(1995년 OB, 2001년 두산)을 차지한 김인식 감독은 선수를 믿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인내한다. 특유의 기다림은 이번 대회에서도 통했다. 팀내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했던 장원준(두산) 대신 일본과의 개막전과 예선 마지막 미국전에서 7이닝 4실점(평균 자책점 5.14)로 부진했던 김광현을 결승전에 투입했다. 김광현은 김 감독의 믿음대로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서른 셋, 동갑내기 이대호(소프트뱅크)와 정근우(한화)는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도와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뒤 흥분한 선수들을 자제시켰다. 결승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결승전 전날 주장 정근우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선수들을 불러모아 끝까지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가 대표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가대표와 인연이 없던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드러냈다. 타선에선 손아섭·오재원(두산)·김재호가 두각을 나타냈고, 마운드에서 이대은(지바 롯데)·이태양(NC)·조상우(넥센) 등도 호투를 펼쳤다.

도쿄=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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