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난 경영의 신…월 1억원 수익 보장한다" 주부들 속여 400억 가로챈 다단계 조직

중앙일보

입력

월 1억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주부들을 꼬드겨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400억여원을 가로챈 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주부 등 2347명을 속여 회원가입비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로 A사 관리이사 이모(52)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박모(46)씨 등 회사 관계자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태국으로 도주한 주범 이모(55)씨에 대해선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본사를, 부산·인천 등 23곳에 지사를 차려 놓고 사업설명회를 열어 회원을 모집했다. 그리고 회원가입비로 400만원을 입금하면 첫 4개월 동안 440만원을 지급하고, 실적에 따라 최고 직급인 본부장까지 승급하면 월 1억원 이상을 급여로 지급한다며 총 401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주범인 회사 대표 이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영의 신”이라고 소개하고, “주부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고자 인터넷 쇼핑몰ㆍ상조ㆍ웨딩사업 등을 하는 그룹을 설립했다”고 속였다.

그러나 그가 설명한 사업 등은 모두 거짓이었고, 실제로는 적자가 나는 치킨집 1개를 운영한 것 외에 다른 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씨 등은 해당 치킨집을 서울 교대역 인근에 개업하면서 “일본 가정식 웰빙 치킨 프랜차이즈”라며 방송 및 신문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싣기도 했다.

이들은 첫 몇달간 회원들의 가입비로 ‘돌려막기’를 하며 돈을 지급했지만, 지난 7월부터는 이마저 지급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매월 1회 교육만 받아도 80만원을 지급하는 주부 재택사원 모집’한다는 생활정보지 광고 등을 보고 찾아온 30~50대 주부들이 대다수였다. 이들 중 한 피해자는 직급을 빨리 올려 배당금을 더 받기 위해 여러 이름으로 회원 등록을 한 탓에 1억원 이상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대표 이씨는 지난 2010년 11월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 복역하던 중 같은 피의자 박씨를 만나 이번 범행을 구상했다. 그리고 자금관리책, 투자자 모집책 등을 영입한 뒤, 2014년 11월 가석방되자 곧장 사무실을 개설하고 범행을 시작했다. 이씨는 앞서 지난 2000년에도 다단계 범행을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주했고, 현지에서도 다단계 사기로 수감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씨는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으로 수억원대의 최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유흥주점에서 1억원을 쓰는 등 수십억원을 탕진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다단계에 빠지면 피해자들은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인간관계마저 파괴된다”며 “도주한 주범 이씨를 계속 추적하고, 다단계 사기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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