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10% "6·25 전쟁은 일본이 일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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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 崔모(27.여)씨는 최근 수업시간에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어이가 없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상식도 풍부하고 성적도 상위권인 그 학생이 갑자기 "6.25전쟁을 일본이 일으켰나요, 미국이 일으켰나요"하고 물어 온 것이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는 崔씨는 의외로 6월 25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崔씨는 학교 측과 상의해 지난 20일 4.5.6학년 2백40명을 상대로 한국전쟁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열명 중 한명꼴 이상(27명)이 한국과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 특히 일본과의 전쟁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전쟁을 먼저 일으킨 나라로 '북한'을 꼽은 학생이 85%(2백4명)였지만, 나머지는 미국.일본이라고 대답했다. 전쟁이 일어난 해가 1950년인 것을 제대로 안 경우는 절반(1백30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 지역도 마찬가지다. 23일 같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5.6학년 2백명 가운데 8%(15명)가 6.25를 일본과 한국, 혹은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벌인 날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해서" "일본이 우리나라의 유물을 훔쳐 가려고"등을 들었다.

이 학교 유영수(61.여)교사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5년부터 제6차 교육과정에 따라 종전의 '통일안보'교육이 '통일'교육으로 바뀌면서 교과서에서 '북한은 실패한 체제'란 내용이 사라졌고, '북한 바로알기'가 주제로 등장하면서 6.25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도 희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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