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검연장 거부] 환한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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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연장거부에 대해 신.구주류 모두 한목소리로 크게 환영했다. 23일 열린 의원총회도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구주류인 이훈평(李訓平).이윤수(李允洙)의원과 신주류인 이상수(李相洙).김경재(金景梓)의원 등은 껄껄 웃으며 격의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훈평 의원은 추미애(秋美愛)의원이 악수를 청하자 "어, 옷색깔을 보니까 나와 코드가 맞는 것 같네"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정대철(鄭大哲)대표도 "의총에서 웃음꽃이 핀 게 대체 몇달 만이냐"며 반겼다.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여론을 충분히 고려하고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盧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을 크게 환영한다"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특검에만 집착하지 말고 민생을 챙기는 데 협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신당 논의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해석이 엇갈렸다. 신주류는 "신당 논의에 탄력이 붙게 됐다"고 한껏 반기는 반면 구주류는 "특검 거부와 신당을 연계하지 말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신주류의 한 핵심 의원은 "이제 호남정서라는 부담을 털 수 있게 돼 홀가분하다"며 "신당 논의를 가로막던 가장 큰 족쇄가 풀린 만큼 신당 드라이브에 가일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웅(李浩雄)의원도 "신당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구주류인 조재환(趙在煥)의원은 "신주류 때문에 안해도 될 특검을 했지만 그나마 연장을 거부해 다행"이라며 "결국 탈호남.탈DJ를 통해서는 어떠한 신당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협(李協)의원도 "특검 거부가 향후 신당 논의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신주류가 자기 입맛대로 '노심(盧心)'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한편 중도파인 조순형(趙舜衡).함승희(咸承熙)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 지난 21일 盧대통령과 송두환 특별검사의 면담에 대해 강금실(康錦實)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趙의원은 "법무장관은 대통령 법률자문인 만큼 설사 대통령이 만나자고 해도 '그런 자리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대통령께 건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咸의원도 "특검 거부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쳐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특검이 뭣 때문에 청와대에 보고하러 갔느냐"며 "그런 특검도 한심하지만 법무장관도 '그래선 안된다'고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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